◎재벌 경제력 집중·사금고화·정경유착 등 폐해 ‘불보듯’/금융계 “관치금융 제거·책임경영체제 확립 더 시급”논란을 빚던 은행소유구조 개편에 대해 정부는 19일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 이경식 한국은행총재 김인호 청와대경제수석비서관 박성용 금융개혁위원장 등 4자회동을 통해 실질적인 「주인찾아주기」쪽으로 결론을 냈다.
은행 주인 찾아주기란 곧 산업자본(재벌)의 은행소유 및 경영참여를 허용하는 것으로 만약 이대로 은행소유구조가 재편된다면 경제의 두 축인 실물(산업)과 돈(금융)을 몇몇 개인(재벌오너)이 지배하는, 「무소불위의 독과점구조」가 형성될 것이란 우려가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20일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내주초 발표될 은행법 개정방향은 ▲동일인 지분한도를 현 4%에서 10%로 확대하고 ▲5대 재벌의 비상임이사회 참여폭을 늘리되 ▲은행의 사금고화방지 장치를 두는 것 등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은행소유구조 개편방향은 재벌중심의 현 경제구조상 복구할 수 없는 부작용이 예상되며 정책발상부터 잘못됐다는게 금융계의 비판이다.
첫째, 꼭 주인(대주주)가 있어야만 은행경영이 효율적인가란 지적이다. 은행의 낙후성은 대주주 부재 아닌 한보사태에서 확인됐듯이 「길들이려는 정부」와 「길들여진 은행」, 즉 뿌리깊은 관치금융 때문이다. 관의 규제와 보호하에서 은행은 주주 아닌 정부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게 된다. 유재훈 조흥경제연구소장은 『대주주만 주인은 아니다. 정부간섭을 없애고 소액주주라도 은행장이 주주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제도화만 한다면 오너 없이도 얼마든지 책임경영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둘째, 산업자본의 금융지배가 가져올 파괴적 결과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재벌의 은행소유를 허용하더라도 동일인여신한도를 초과한 기업의 지분제한 등 보완장치를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법망은 여전히 허술하다. 은행을 보유한 재벌끼리 자기 은행에선 돈을 못빌려도 상대은행을 통해 대출을 주고받는다면 「담합」에 의한 사금고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재벌이 은행을 갖고 싶어하는 이유는 비단 자금조달 때문만은 아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은행을 소유한 A재벌과 그렇지 못한 B재벌간엔 엄청난 불공정 경쟁이 이뤄질 수 있다. A와 B가 경쟁관계에 있을 경우 A가 소유은행을 통해 B에 대한 여신을 중단하고 대출을 회수한다면 B는 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은행에는 모든 기업정보가 집중되므로 은행을 소유한 재벌과 그렇지 못한 기업간에는 엄청난 「정보의 비대칭성」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세째, 재벌이 달라지지 않고 정치가 투명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재벌의 은행소유는 금융기관을 통한 용이한 불법자금조성 및 수수 등 정경유착을 오히려 부추길 수도 있다.
언젠가는 은행도 주인을 찾아야하고 산업자본의 은행지배도 허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경제력집중 정경유착 정치부패 등 경제기초가 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거대산업자본과 거대금융자본의 결합은 몇몇 재벌과 오너가 경제전체를 지배하는 엄청난 폐해만 가져올 뿐이다.
소유구조 개편에 앞서 재벌의 경제력집중완화, 오너지배체제 개혁, 경쟁과 규제해체를 통한 관치금융제거와 은행장의 주주에 대한 책임경영제도확립이 더 시급하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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