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다못한 학생들 잇단 자살/보복 겁나 신고 기피 속수무책학원폭력이 도를 넘어섰다. 초등학교에서 고교에 이르기까지 남녀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폭력에 견디지 못한 어린학생이 스스로 목숨까지 끊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그동안 수없이 학원폭력 근절을 공언했건만 더욱 기승을 부려 특단의 조치가 절실한 실정이다. 한편 교육계 일부에서는 올해부터 시행된 퇴학생의 복학제도도 학원폭력 사건이 빈발하는 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험담을 했다는 이유로 복학생을 포함한 동료 10여명으로부터 집단괴롭힘을 당한 조모(15·서울 S중 3년·송파구 오금동)양이 14층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했다.
20일에는 폭력서클을 만들어 학교친구들에게 폭력을 일삼아온 D여중 3년 김모(14)양 등 12명이 서울 구로경찰서에 의해 긴급체포됐다. 「십이지장파」라는 폭력서클소속인 김양 등은 경찰에서 『우리 학교만 해도 10∼15명씩 가입돼 있는 동아리가 10개가 넘는데 가입하지 않는 아이들은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며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교육을 시킨다며 각목으로 1백대를 때리기도 하고 머리카락을 흉하게 자르거나 치마 등을 찢어 복종을 강요한다』고 말했다.
또 이날 부산 중부경찰서는 돈을 주지 않는다며 급우를 납치, 감금폭행한 정모(17·P고 2년 퇴학)군을 붙잡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평소 급우들에게 상습적으로 주먹을 휘둘러오다 최근 퇴학당한 정군은 지난 17일 같은 반이었던 김모(17)군에게 10만원을 요구했다 거절당하자 비디오방에 8시간이나 감금, 폭행했고 피해자 김군은 이후 두려움에 시달리다 19일 새벽 집에서 유리조각으로 손목을 그어 자살을 기도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보복이 두려워 선생님이나 부모에게도 피해사실을 숨겨 학교도 신통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속수무책이다. 서울 Y중 최모(50·여) 교사는 『지난달 상담건수 10건중에 7건이 학원폭력에 관한 것이었다』며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칸막이 너머로 얼굴이 안보이는 상태에서 상담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살한 S중 조양의 아버지(49)는 『학교 당국이 복학생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교사들이 피해학생을 자식처럼 생각했다면 딸의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며 『퇴학생도 교육을 받을 기회를 줘야 겠지만 이로 인해 대다수 학생들이 입는 피해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D중 학생주임 홍모씨는 『퇴학제도가 사실상 없어지면서 폭력학생들에 대한 처벌강화 문제가 대두하고 있다』며 『학원폭력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박일근·유병률 기자>박일근·유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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