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아이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보면 반 이상이 대통령이다. 남자들은, 특히 한국남자들은 어려서부터 권력지향적이다.철이 들어 어릴 때의 대통령 꿈이 허무맹랑한 생각으로 정리되고 평범한 사회인으로서 생활하게 되었을때에도 그러나 이 뿌리깊은 권력에의 향수는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는 것같다. 예를 들면 어떤 모임에서 자신을 소개할때 생각이나 취미 가치관보다는 자기가 누구를 알고 누구와 같이 식사했으며 누구와 같은 모임에 있고 운동을 하고 골프를 쳤는지를 자랑삼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는 없다. 소위 권세있는 자와 친분이 있다는 것이 권위를 세워준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런 사람일수록 정작 거론된 인사를 만나 물어보면 대개는 잘 모른다거나 우연히 한번 테니스를 같이 했노라는 정도의 관계밖에 없는 것이 태반이다. 권력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고 그 권력을 가진 자와 친하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심리상태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때도 청탁 내지 압력을 가할 수 있는 공직자를 동원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세무서에 근무하는 분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 그 세무서 관할 지역에 모 국회의원 후원회장이 있었는데 평소 그 자리만 믿고 오만방자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 사람에게 세무문제가 발생했다. 직접 담당자를 찾아가서 자신의 여러가지 사정을 설명하고 소명을 하였으면 충분히 해결될 일이었다. 그런데 그는 후원하는 국회의원을 통해 세무서장에게 청탁을 했다. 서장으로서는 지역 국회의원의 청탁이라 하는 수 없이 담당자에게 이야기를 전달했다. 이제 일이 다 됐다고 생각한 후원회장은 담당공무원을 찾아가 세금을 잘못 부과했다고 호통을 쳤다. 담당자는 불쾌했지만 묵묵히 원칙대로 일을 처리해 끝내 그 후원회장의 청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남성은 이렇게 상대방과의 인격적인 교감보다는 권력이나 빽을 동원해야 일이 해결된다고 믿는다. 권력을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도깨비 방망이쯤으로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은 대통령 아들이 국정에 관여하고 각종 이권에 개입한 것에 대해 입으로는 비난하지만 실제 자신이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과 줄을 댈 수만 있으면 아무런 도덕적 갈등없이 부정을 서슴없이 저지를 것이다.
자신의 삶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어떻게 부딪히게 되었건 상대방을 소중히 여기고 인격적으로 존중할 수 있는 남자, 그리고 권력과 세속적인 가치에 때로는 초연할 수 있는 여유있는 남자가 그래도 아직은 더 많으리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아직은 이런 남자가 더 많이 보인다.
조배숙 변호사는 56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고 경기여고, 서울대 법대, 법과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여성변호사협회 회장이다. 82년 우리나라 최초의 여검사로 임관됐고 판사를 거쳐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서울 반포동에서 대학생인 조카들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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