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간부부인 기록 우연히 발견/현금… 상품권… 속옷… 액수까지 기재/스승의 날 낀 5월달엔 수백만원대/장롱엔 포장도 안뜯은 선물 “수두룩”학부모들을 괴롭혀 온 촌지의 실체가 우연한 기회에 드러났다. 학원 및 고액과외비리를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2부는 최근 한국교육방송원(EBS) 간부의 집 안방 장롱속에서 초등학교 교사인 부인(54)의 「촌지명세서」를 발견했다.
학생생활기록부를 개조해 만든 이 명세서에는 최근 3년간 학부모들로부터 챙긴 촌지의 명세가 빼곡하게 기록돼 있었다. 이 여교사는 반 학생 30여명의 이름 옆에 월별로 구분한 각 12개의 칸에다 현금은 1만원 단위, 「선물」은 상품명과 액수를 적어 놓았다. 「이△△ 15, 신×× 상품권 10…」 식이다. 학기초이며 스승의 날이 낀 5월에는 촌지액수가 수백만원대에 달했다. 장롱에서는 이와 함께 립스틱 3백여개와 포장지도 뜯지 않은 고급 속옷, 손수건 등 선물꾸러미가 쏟아졌다. 검찰 관계자는 『대부분의 학부모가 최소한 계절별로 한차례 돈이나 선물을 갖다준 것으로 나타나 있으며 매달 갖다바친 경우도 적지 않았다』며 『1년 12달동안 완전히 빈칸으로 남겨진 학생은 단 한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촌지기록부를 발견했던 당시 검찰 수사관은 『원래 수사대상도 아니고 남편도 구속된 마당에 봐달라』는 여교사의 애원에 그냥 두고왔다가 뒤늦게 압수지시를 받고 다시 찾아갔으나 이미 촌지기록부는 불태워진 뒤였다. 이때문에 이 여교사로부터 촌지기록부 작성사실 등을 시인하는 「확인서」를 받고 촌지 30만원이 들어있는 봉투 2장과 선물세트만을 압수했다. 검찰은 이 여교사부부가 아파트 3채, 재개발딱지 1개, 온천개발 지분, 용인 서산 경주 등 전국 각지에 20여필지의 부동산 등을 구입, 수십억원대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이태규 기자>이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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