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터져나오는 한국교육방송(EBS)의 비리를 보노라면 제2의 교육기관이나 다름없는 교육방송의 위상을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TV수능과외 강사채용과 교재 인쇄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하는 등의 비리가 드러나 전·현직 간부들이 구속된데 이어 이번에는 과외방송 교재원가를 과다하게 계상해 방송국과 출판업자가 폭리를 취한 사실까지 밝혀졌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보면 교재원가의 과다계상은 그 피해자가 학생들이었다는 데서 국영방송으로서의 1차적인 책무를 일탈한 것이다. 반교육적인 비리인 것이다.5,630원이면 될 「고교국어」 교재를 9,800원으로 책정하는 식으로 81종, 1,600만부의 교재판매로 403억원의 부당이득을 냈다니 놀라움을 금하기가 어렵다. 더욱이 그렇게 생긴 부당이득의 20%인 81억원만이 교육방송의 수입으로 들어갔을 뿐이다. 80%인 322억원이 출판업자들의 차지가 됐다. 교육방송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를 새삼 생각케 한다.
교육방송의 이번 비리의 원인을 따져보면 두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간부들이 강사채용과 교재인쇄업자 선정 권한을 악용해 사리를 채운 부정이다. 다른 하나는 턱없이 부족한 방송국의 예산염출의 한 방안으로 자체 수입을 무리하게 늘린 방송국 운영체제의 구조적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다.
간부들이 방송을 사욕을 채우는 도구로 악용한 부정은 철저한 수사로 이번에 뿌리를 뽑아야 한다. 그러나 무리한 자체 수입증대로 방송의 태부족한 예산염출을 하도록 한 교육방송 운영의 구조적인 잘못은 자체 노력만으로는 시정될 수 없을 것 같다.
지난 1월 공포된 한국교육방송원법으로 해서 교육방송은 크게 격상됐다. 교육방송은 종래의 교육부 산하인 교육개발원 부속기관에서 독립법인체로 위상이 높아졌다. 그러나 방송을 운영하는 재원측면에서는 별로 나아진게 없다. 교육부 출연금이 지난해보다 26억원이 늘어난 258억원이 됐으나 공보처 지원금은 오히려 10억원이 줄어 40억원이 됐다. 교재판매금 등 자체 수입금을 2배이상 늘려 269억원으로 책정했다. 그래봤자 올해 교육방송예산 총액은 567억원에 불과하다. KBS의 1조원 예산과 비교하면 4%에도 못미친다.
이런 여건이 부정을 합리화해 줄 수는 없지만 어려운 형편에서 자체수입을 늘리다보니 교재원가의 과다계상과 같은 비리를 저지르지 않았나 하는 점도 생각할 수 있다. 어찌 됐건 유일한 국영인 교육방송을 더 이상 재정난속에 빠뜨려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케 해서는 안된다. 독립법인체로 격상시킨 정책에 합당할 만큼 예산 뒷받침을 해 2세 교육을 위한 교육방송의 책무와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KBS가 거두어들이는 시청료의 일부라도 EBS에 할애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고 본다. 위성과외 방송까지 맡게 될 교육방송을 이대로 둘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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