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예금보험기구는 ‘숨은 칼?’

◎검사요구·합동검사권 등 폭넓은 권한 가져/재경원 산하… 정부의 금융직접통제 길터놔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따라 탄생하게 될 통합예금보험기구가 정부의 금융계 장악을 위한 「숨은 칼날」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통합예금보험기구는 기존의 예금보험기금 보증보험기금 증권투자자보호기금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기금의 기능을 통합한 기구. 「금융기관의 보험」으로서 금융기관이 부실화했을 때 이로 인한 예금주의 피해를 보상하고 금융기관 부채인수 및 청산 등의 뒷절차를 담당하게 된다.

정부의 금융개혁 최종안은 통합예금보험기구를 재경원 산하에 두고, 금융감독원에 대한 검사요구권과 합동검사권을 부여함으로써 사실상 재경원에게 금융계 직접감독의 근거를 부여했다. 당초 금융개혁위원회가 마련한 초안에는 통합예금보험기구는 금융감독위원회 소속으로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위상을 지니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막판 절충과정에서 재경원산하로 변경됐다. 「금융감독기능은 금융의 공급자(금융기관)를 지도감독하는 기능인 반면, 예금보험은 금융의 수요자(예금자)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이해가 상충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금융계의 시각은 다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재경원이 막판 절충에서까지 통합예금보험기구 보유를 관철시킨 것은 금융기관에 대한 직접 감독권을 갖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초 지난해 재경원산하에 예금보험기금이 만들어질 때도 『재경원 산하기구가 감독권을 갖게 되면 이중검사와 정부의 직접규제 폐해가 우려된다』는 반발이 심해 감독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금융개혁안에서는 감독권이 부여된데다 각종 보험기금까지 통합돼 재경원이 전 금융권에 대한 감독권을 행사할 길이 트이게 된 것이다. 게다가 금개위안은 『부실정도가 「일정 단계에 이른 금융기관」에 대해 금감원과 협력해 검사를 수행한다』며 통합예금보험기구의 검사권을 제한했으나 최종안에서는 이같은 제한도 없애 운신폭을 더욱 넓혀 놓았다. 재경원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통합예금보험기구에 주어진 감독권은 보험기구로서의 기능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능』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계에서는 앞으로 통합보험기구가 금융계에 대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감독기능을 행사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위 「금융빅뱅」의 진행과정에서 금융기관 파산이 현실화하면 보험기구는 금융기관의 부실을 떠안지 않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감독·검사권을 확보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80년대 금융사고로 연평균 100건의 금융사고에 시달려온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까다로운 검사로 정평이 나 있는 등 감독권이 주어진 외국의 보험기구들은 막강한 사전 검사기능을 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통합예금보험기구는 검사기구의 성격을 어느정도 지닐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초 안대로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된 금융감독기구내에 두고 감독범위에 대해서도 명확히 규정, 금감원이나 한은과의 중복검사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