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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씨의 경선포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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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씨의 경선포기(사설)

입력
1997.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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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8룡의 할거」라던 신한국당 경선모습이 18일 이홍구 고문이 대선주자중 처음으로 경선포기를 선언함으로써 일단 「7룡의 대립」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의 불출마는 당내경선구도를 압축하거나 다른 대선주자들의 합종연횡을 재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최후의 승리를 위해 전당대회장에 설 후보가 과연 몇명이 남을 것인가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고문은 이날 경선포기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국민들이 정치가 이대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선택의 시간이 오면 새로운 비전과 스타일의 선거운동이 아닌 옛날로 돌아가는 측면이 있다』고 현실정치의 두꺼운 벽을 지적했다. 그의 지적이 아니라도 우리는 그간 신한국당의 후보경선운동과정에서 느끼는 실망과 당혹스러움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먼저 이번 처음 시도해 보는 당내 경선의 모양새다. 구태를 청산하고 깨끗한 정치, 투명한 정치의 착근을 바라는 국민적 염원에도 불구, 신한국당의 경선모습은 한마디로 「이게 아니올시다」이다. 입으로는 어디까지나 자유스럽고 공정한 경선을 외친다. 그러나 현실은 패싸움양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고문의 지적 그대로다.

당내 모임이라는 민주계중심의 「정발협」과 민정계가 주축이 됐다는 「나라회」는 아직 특정후보 지지를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그 향방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정당안의 계파는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있고, 또 계파이익의 추구는 정당한 정치행위라고는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연대나 연합이 정책이나 이념 등의 것이 아니라 우리 정치의 고질인 지연과 학연의 해묵은 재연인 듯해 더욱 걱정된다.

덧붙여 계파 이익이나 정파의 이익에 의한 연합도 일선 대의원들의 자유스런 선택권을 박탈하는 식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지금과 같은 「정략적 합종연횡」으로는 결과적으로 그렇게 될 소지가 충분하다. 이것은 합종연횡의 결과에 따라 부적절한 후보가 선출되는 모순을 낳는 등 정치를 심각하게 왜곡시킬 위험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비록 당내외 지지기반이 미약하다고 해도 비전과 정책대안이 있으면 경선의 주요변수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경선형태 아래서는 불가능하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고문의 사퇴가 이를 단적으로 웅변하고 있고 우리가 그의 사퇴를 아쉬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양화가 악화에 의해 구축됐다」는 세평도 있다는 점 알아야 한다.

우리는 그간 본란을 통해 신한국당 대의원들이 혁명적일 만큼의 자유경선 모습을 보여줄 것을 촉구한바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유선택을 제한하는 어떤 정략적 합종연횡도 극복할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신한국당이 이번 경선대회를 통해 개혁의지를 드러내지 못할 때 「그 대의원에, 그 집권당」이라는 국민적 비난에 직면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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