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유대인에게 저지른 죄악에 대해 늘 깊이 반성하고 있는 것은 그 나라 국민성이 일본보다 양심적인 덕도 있겠지만 유대인들의 진실 추구가 우리보다 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대인들의 나치전범 추적모임은 「아우슈비츠의 백정」 멩겔레를 추적해 브라질에서 사망했다는 보고를 받고도 해골의 치열이 그의 것인지 확인하고서야 추적대상에서 제외했다. 죽음 너머까지 진실을 밝히겠다는 이들은 이제 유대인 학살로 이익을 본 단체를 압박해 들어가고 있다. 유대인 몰수재산으로 부를 축적한 스위스 은행이 요즘 그 과녁이다.우리한테는 군대위안부에 관해서만 유사한 추적모임이 있다. 여성단체인 「한국 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정대협)」. 김남아 할머니의 문제가 조명을 받을 수 있는 데는 바로 91년부터 꾸준히 이 문제를 세상에 알린 정대협이 있다. 정대협의 뒤에는 30여년전부터 군대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을 찾아다닌 윤정옥 전 이화여대 교수가 있다. 이대 영문과 학생 시절, 군대위안부 동원령을 간신히 피했던 윤씨는 다른 이들이 무관심하던 60년대부터 이 문제를 파고 들었다. 80년대에는 몇몇 군대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을 만나 증언을 들었는데 이것이 정대협의 실질적인 출발점이다.
이와 달리 731부대의 진상에 대해서는 일본작가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작업이 우리가 알고있는 거의 유일한 기록이다. 국내작가의 관련작품도 이를 모태로 탄생했다. 관동대지진때의 학살도 정확한 경위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때문에 일본은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동사실험, 마취 절제시험, 탄환관통시험같은 인간이 상상할 수도 없는 극악한 죄를 짓고도 국제무대에서는 「원폭의 희생자」 시늉만 하고 있다.
유대계의 입김은 나치의 죄상을 알리는 미국영화가 끊임없이 제작되는 데서도 나타난다. 우리는 매년 광복절이면 이런 영화를 텔레비전 특집으로 보면서 정작 우리가 만드는 특집극에서는 몇년전부터 은연중에 일본과의 화해를 강조하고 있다. 죄악의 100분의 1도 못밝혀낸 상태에서. 정부 차원의 제대로 된 사과도 못 받은 상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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