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16년 유학 “처음 봤을때 한국인 확신”『할머니가 원한다면 고향 방문때 함께 한국을 방문하고 싶습니다』
한국인 사업가 황기연(43)씨가 「훈」할머니를 처음 만난 지난해 7월부터 줄곧 할머니와의 통역을 맡아온 카셈 하산(53)씨는 18일 이렇게 말하며 할머니의 가족을 찾았다는 소식에 누구보다도 기뻐했다.
그는 『할머니는 외세의 침략과 숱한 내전을 겪은 캄보디아인들보다 훨씬 힘겹게 살아온 분인데 이제 가족을 찾고 고향에 돌아갈 수 있게 돼 내 일처럼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의 삶도 순탄치는 못했다. 고교를 졸업한뒤 공군에 복무중 75년 폴포트정권이 들어서자 그 역시 죽음의 순간을 맞았다. 그들은 공무원이나 군인 등을 무차별로 학살했는데 자신은 『택시운전사』라고 우겨 간신히 살아날 수 있었다. 그러나 베트남군이 진주, 폴포트 정권을 몰아내면서 그의 삶은 또 한차례 고비를 맞았다. 베트남의 지원을 받은 공산정권 치하에서 도저히 살 수 없어 태국 국경지역에서 「레지스탕스」활동을 돕던 그는 태국 주재 미국대사관에 청원, 미국으로 「망명」했다. 미국에 연고가 없었지만 독학으로 익힌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장문의 편지를 보내 대사관 관계자들을 감동시켰던 것이다.
미국에서 16년간 유학한 후 95년 11월 캄보디아에 돌아온 그는 현재 황씨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평소 기고를 통해 알게된 영자지 프놈펜포스트의 미국인 편집장 마이클 헤이씨에게 할머니의 사연을 알려 신문에 게재토록 해 13일 AFP통신이 전세계에 타전하게 만든 것도 그의 힘이었다.
하산씨는 미국에서 한국인을 많이 접촉, 한국인의 모습을 잘 알고 있는데 할머니를 처음 보는 순간 『한국인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할머니의 잃어버린 50여년을 되찾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다면 그보다 기쁜 일이 없다』고 말했다.<프놈펜=이희정 기자>프놈펜=이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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