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세력의 요구 간단찮아/한판승부 불가피 전운 고조신한국당 정치발전협의회가 18일 정식으로 이회창 대표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정발협이 현 정권의 중심세력인 민주계가 주축이고 지구당위원장만 1백20여명을 확보하고 있는 실세그룹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대표사퇴 요구는 결코 간단치 않다.
당장 이대표 진영은 긴급 대책회의를 갖는 등 심각한 분위기다. 자칫 한판 승부가 불가피한 상황이며 음산한 전운마저 감돌고 있다. 더욱이 다른 주자들이 정발협의 사퇴요구에 호응하고 있어 경선국면이 다시 「이대표 대 반이진영」의 대결로 특징지워질 조짐이다.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반이 진영의 기세가 정발협의 가세로 훨씬 강해졌다는 사실이다.
물론 정발협은 대표사퇴 요구의 명분으로 경선의 공정성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정발협의 서청원 간사장도 이날 당무회의에서 『경선의 공정성을 위해 이대표가 깊은 생각을 해야 할 때가 왔다』고 완곡하게 말했다.
그러나 정발협이 단순히 경선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차원에서 대표사퇴론을 제기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발협의 진정한 의도는 이대표의 반대편에 서서 전선을 형성하려 한다는 게 중론이다. 정발협의 핵심인사들은 『이제 우리는 강을 건넜다. 이대표로 돌아갈 길이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특히 이대표측이 최근 정발협의 의원, 위원장들을 공격적으로 포섭해 나가자, 와해의 위기를 느낀 정발협 지도부가 전면전을 택한 측면도 있다. 실제 정발협에 가입한 원외위원장들은 『이대표가 융단폭격을 한다』고 지도부에 「SOS」를 보내왔다. 그에 대한 대답이 바로 이대표와의 대립구도인 것이다.
정발협의 반이노선 설정은 경선국면을 훨씬 대립적이며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대표 진영은 「대표 프리미엄」을 활용, 더 적극적으로 세확장에 나서고 자파 의원들이 가입해 있는 나라회의 진로를 일찍 결정지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대표 사퇴카드를 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반면 반이 주자들과 정발협은 경선의 불공정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이대표를 벼랑으로 몰아가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하루 이틀 사이에 사퇴하지 않으면, 아예 당무회의 등 대표주재 회의에 불참하는 등 이대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극단적인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와중에서 반이 주자들은 정발협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고난도 게임을 벌일 것으로 보여 당분간 경선은 미묘하고 가파른 갈등국면에 처할 것으로 전망된다.<이영성 기자>이영성>
◎반이진영 반색/“대쪽 밀어낼 호기” 판단/이수성 고문 맹공 사전조율여부 촉각
범민주계 모임인 정치발전협의회가 18일 이회창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촉구하자 반이대표 진영의 모든 주자들이 즉각 이에 가세했다. 때문에 정발협과 반이진영 주자들의 교감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수성 고문이 이날 하오 여의도당사를 찾아 기자회견을 통해 이대표에 대해 맹공을 퍼붓자 각 주자진영은 이고문과 정발협이 입을 맞췄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발협은 전날에 이어 이날 상오 상임집행위를 열어 이대표 즉각 사퇴를 요구키로 의견을 모았다. 서청원 간사장은 곧이어 열린 당무회의에서 『공정경선을 위해 이대표가 진퇴문제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고문은 이날 회견에서 『이대표의 처신은 법대로가 아닌 멋대로』라며 대표직 사퇴를 촉구한 뒤 『탈당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당인으로서 탈당은 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같은 합공에 대해 정발협측과 이고문측은 『사전에 의견조율을 한 것은 아니다』며 교감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최근 정발협 회의에서 친이고문계 인사들이 「대표 조기사퇴」를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양자간 조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박찬종 이한동 고문 김덕룡 의원 이인제 경기지사 최병렬 의원측도 「공정경선 보장」과 「경선후유증 방지」등을 명분으로 대표직 즉각 사퇴를 주장했다. 특히 박고문과 이지사는 각각 지구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대표사퇴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발협과의 사전교감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들은 정발협의 지지를 기대하며 즉각 맞장구를 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발협이 현 시점에서 이대표 공세의 깃발을 올린 직접적 이유는 이대표측이 최근 정발협 소속위원장에 대한 공략에 나서는 등 대세몰이에 본격적으로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발협의 한 관계자는 『이대표가 대표직을 가진채 지역별로 세몰이를 시도하고 대의원 추천작업에 나선다면 불공정 시비가 제기될 것』이라며 『따라서 김영삼 대통령이 해외순방(22∼30일)에 나서기 전에 대표직 문제가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말했다.<김광덕 기자>김광덕>
◎이 대표측 대응/“떠밀려 사퇴못해” 단호/정발협·반이측 강경분위기엔 부담도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는 신한국당내 반이회창 대표측 대선주자들과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의 협공에 대한 이대표의 입장은 여전히 단호하다.
이대표는 18일 당무회의에서 정발협 간사장인 서청원 의원의 직설적인 사퇴요구를 『경선에 출마한다고 해서 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법이 어디 있느냐. 외국에도 그런 전례는 없다』고 맞받아쳤다. 『나의 양식에 맡겨달라』며 일말의 사퇴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놓았던 그동안의 태도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공세적 대응이었다.
이는 반대진영의 사퇴요구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이대표의 저항도 완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대표의 측근들은 『설령 이대표가 사퇴를 고려했더라도 이제는 물러나기가 어렵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이대표는 정발협까지 가세,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는 반이대표전선이 더욱 확대된 마당에 대표직을 내놓을 경우 대세몰이에 결정적 제동이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이대표의 한 측근은 『이대표가 힘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일 경우 관망파는 물론 이대표를 지지하던 인사들의 심리적 동요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이대표가 아직은 확고부동한 대세를 장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도 된다.
따라서 이대표는 사퇴공세가 수그러들고, 경선승리의 확신이 설 때까지는 대표직을 고수할 공산이 크다. 만약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전당대회 당일까지 대표직을 내놓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대표는 이같은 정면대응과 병행해 의원 및 지구당위원장 접촉을 가속화하고 지역별 지구당위원장모임을 통한 이대표 지지선언을 유도, 대세론을 확산시킴으로써 반대진영의 기세를 꺾는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반이대표측의 강경분위기는 이대표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대표를 대표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 정발협과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한 일부 주자의 기류에 비추어 아예 판이 깨지거나 극도의 혼란상황이 도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책임의 상당부분을 이대표가 뒤집어 쓸 개연성이 있다는 점이 이대표의 「일방통행」을 어렵게 만드는 장애물이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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