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가꾸듯 모든 인물에 애정/삶이 느슨할 때 다시 읽으면 새로운 감동「솔모루 목장의 아이들」을 구상할 때 난 이야기를 어떻게 엮어갈까 보다는 등장인물을 만드는 데 더 신경을 썼다.
정호, 정빈이,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태식이, 천사원 원장님…. 한 인물, 한 인물이 생명력을 가지고 스스로 살아 움직이도록 애정을 쏟아부었다. 그들은 내가 만들어준 솔모루목장이라는 공간에서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주었다.
작품을 마무리한 지 한참 된 지금도 나는 정빈이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생생히 눈 앞에 그려낼 수 있다. 할아버지를 떠올리면 그의 거칠지만 따뜻한 손바닥의 느낌이 와닿는 듯하고, 더불어 그 굴곡진 인생살이에 가슴이 메어지곤 한다. 정호와 태식이를 생각하면 대견스러움에 마음이 흐뭇하고, 아버지와 어머니, 천사원 원장님들에겐 존경스러움과 함께, 베푸는 삶과는 거리가 먼 나의 삶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또 샛별이의 눈수술은 잘 됐을까, 솔이는 제 부모를 찾았을까, 바우의 무덤 가엔 지금도 진달래가 피고 질까, 궁금하기만 하다.
작품을 다듬으면서 작품을 텃밭으로 여기며 꼼꼼히 살펴보았다. 잡초를 골라내고, 양분이 모자란 곳에는 거름을 주고, 빈 곳에는 새 씨앗을 뿌리고, 순을 쳐주어야 할 곳은 과감히 잘라내었다. 난 삶이 느슨해지는 것 같으면 내 책을 꺼내 읽어보곤 한다. 그러면 그 작품을 쓸 때의 치열함이 되살아나고 마음이 새롭게 팽팽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내 작품을 읽는 이들도 감동과 함께 그런 걸 느꼈으면 좋겠다.<아동작가>아동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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