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람세스 1∼5/김정란(역자에게 듣는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람세스 1∼5/김정란(역자에게 듣는다)

입력
1997.06.18 00:00
0 0

◎인간 영혼의 의미 현실속에 구현한 영적 영웅/너무 큰 반향 ‘뜻밖’「이야기」라는 허구는 있는 그대로는 무정형의 괴물처럼 보이는 삶에 질서를 제공하려는 욕망을 실현한다. 그것은 시간과 싸우는 형식이다. 「근원적인 이야기」인 신화에서 영웅들이 용과 싸우는 것은 그 때문이다. 용은 규명되지 않는 삶이라는 카오스(혼돈)를 상징한다. 지성은 알 수 있는 것만 안다. 그러나 모르는 것을 아는 방법도 있다. 그것이 바로 「직관」의 능력이다. 그 문을 열기 위해 서구인은 고대로의 귀환을 선택한 것 같다. 그런데 지성이 그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세기말에 다시 한 차례의 귀환이 이뤄지고 있다. 사람들은 더 먼 고대로, 이집트로, 문명의 근원지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람세스」 번역 의뢰를 맡았을 때 나는 이 소설이 그렇게 빠르게 반향을 불러일으키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집트라는 배경과 이 소설의 바탕 인식이 우리 대중에게 낯설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람세스라는 영웅의 행로를 뒤쫓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생을 통해 현대인에게 유의미하다고 판단되는 생의 태도를 재구성하게 만든다.

람세스는 우선 아주 재미있게 읽힌다. 빠른 장면 전환, 매력적인 등장인물들, 너무나 생생하게 복원된 고대사회 등등. 그러나 이 소설을 정말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최종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메시지다. 인간이 현대화의 길을 걸어오면서 잃어버린 신성함의 가치, 현대인 각자가 내면 깊은 곳에서 갈망하는 숭고함. 크리스티앙 자크가 그려낸 람세스는 단순한 정치적 영웅이 아니라, 인간의 영적 의미를 현실 안에서 구현해낸 영적 영웅이다. 인간의 행위 하나하나를 우주와 신에게까지 끌고올라갈 줄 알았던 고대인들의 숭고함이 피부에 소름을 돋게 한다.<시인·상지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