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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하던 금융개혁안 합의/이 한은총재 행동 뒷말 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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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하던 금융개혁안 합의/이 한은총재 행동 뒷말 무성

입력
1997.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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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부주의설… 큰 반발에 본인도 당혹『왜?』

한국은행 임직원들은 자신의 수장인 이경식 총재가 한은내부의 정서와 동떨어진 정부의 금융개혁안에 전격 합의해준데 대해 이렇게 대답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금융개혁 최종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기 몇시간전인 12일 창립 47주년 기념리셉션때만 해도 한은입장을 고수했던 이총재가 「등을 돌린」이유에 대한 의구심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총재는 이와관련, 16일 금융개혁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통화신용정책을 위한 감독권은 확보했으며 한국은행 기능이 약화한 것이 아니라 보완된 것』이라고 말해 소신에 어긋나지 않는 행동임을 밝혔다. 이총재는 발표 하루전에도 『감독기구 통합을 전제로 한 이상 감독원분리는 불가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발이 예상됨에도 합의를 강행한데는 「소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부에서는 두차례 한은법 개정문제로 홍역을 치른 한은 사람들은 문구 하나만 봐도 재경원의 의도를 읽을 수 있지만 외부출신인 이총재는 이런 감각이 없어 재경원안의 의미를 잘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최종안 발표 이후 금통위가 한은과 분리된 것에 대해 부하직원들이 「독소조항」임을 지적하자 이총재는 『그렇게 중요한 사안인지는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또 감독권부분에 대해선 『정부입장이 워낙 완강해 최소한이라도 사수하려면 양보가 불가피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총재가 합의에 대한 강박감때문에 큰 원칙만 보고 동의를 했지만 재경원이 만들어낸 최종안이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될 줄은 본인도 몰랐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종안 발표전 이총재가 『세부사항은 실무진에 의해 구체화할 것이며 「큰 원칙」에만 합의했다』고 말했고 4자회동에서 세부조항을 일일이 논의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 근거로 제시된다. 한마디로 재경원의 전술에 말려들었다는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의 금융개혁 관철의지를 밀어주기 위해 「총대」를 맸다는 정치적인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TK출신으로 문민정부의 첫 경제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내고 한국은행총재까지 오른 「은혜」를 입은 이총재로서는 금융개혁의 표류가 「레임덕」현상의 표본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여하튼 오랜 관료생활로 「위에서 시키면 아래는 한다」는 논리에 익숙한 이총재가 아래로부터의 반발을 가볍게 여긴 것은 분명해보인다. 예상외의 강한 반발이 일자 이총재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조직의 최고책임자로서 조직내부의 정서에 반한 결정을 내린데 따른 부담을 어떻게 짊어지고 갈 것인지. 이총재는 아직 말이 없다.<김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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