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초 박정희 대통령의 관심사항이라고 하여 연탄온돌에 관한 연구를 한 적이 있다. 과학기술처에서 연구비도 넉넉히 배정받았다. 대통령의 관심은 연탄중독이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온돌을 개발하여 보급하는 일이었다. 첨단 기술에만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을 겨우 설득하여 실험용 온돌주택을 건축하고 그곳에서 여러가지 실험을 하고 분석한 결과 온돌주택을 아무리 잘 설계하고 잘 건축을 해도 때때로 발생하는 미량의 일산화탄소 누설은 막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연탄온돌을 폐쇄하고 연탄온수 보일러를 사용하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추천했다. 후에 한국과학기술연구소에서 재차 정부 연구비를 받아 촉매를 활용하여 완전연소시키는 방안을 연구했으나 실용적인 방안은 도출되지 못했다. 그때쯤 연탄이 석유·가스연료로 대체되었기 때문에 사회적인 관심도 적었을 뿐더러 박대통령도 서거한 후라 연탄온돌에 관한 문제는 더이상 거론되지 않았다.원자력발전은 화석에너지 의존을 줄이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활용을 해야 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우라늄의 핵분열시 반응을 적절히 조절하기 어려울 뿐더러 이때 발생하는 방사능물질을 수십년, 또는 수백년간 완벽하게 보관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이다.
다이옥신은 플라스틱 물질이 연소될 때 발생하는 인체에 유해한 화합물이다. 유전인자를 공격한다는 연구결과도 있거니와 동물의 지방에 축적되어 분해되지 않으므로 연소가스와 직접 접하지 않더라도 음식물을 통하여 인체 유입이 가능하다. 쓰레기를 소각할 때 발생하는 가스상태의 다이옥신을 섭씨 1,200도의 고온에서 재소각하면 유해물질이 분해되므로 쓰레기 소각은 이중으로 해야 안전하다. 그래도 안심이 안되어 일본과 독일은 플라스틱 물질 소각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플라스틱은 자연상태에서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그 폐기량은 점점 많아지고 있을 뿐이다.
일산화탄소 발생을 억제하는 기술이나 핵폐기물 처리기술, 그리고 다이옥신을 제거하는 기술 등은 이미 실험실에서는 증명되었으나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이 기술이 해결책은 아니다. 기술의 선택에 따라 피해를 줄일 수는 있어도 완벽한 해결책은 없는 셈이고 적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피해를 감소시키기 위해 어떤 투자를 할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이고 기술의 고객이 일반 대중이므로 대중을 대표하는 지도자가 선택을 해야 하는 셈이다. 선택도 대다수 의견을 취합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지식에 근거하여 주관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
서울시장은 버스요금을 인상하거나 통행료를 인상하더라도 교통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투자가 막대하더라도 다이옥신 공해문제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위치이다. 과학적인 정보에 근거하여 주관적인 결정을 하면 때로는 다수를 위하여 일부계층의 희생을 요구하게 되므로 대중의 인기를 잃을 수도 있다. 대중에게는 님비(NIMBY)적 심리도 있고 더욱이 소수라도 피해를 보는 쪽의 목소리가 크기 때문에 몸에 좋으나 입에 쓴 약은 싫어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도자는 때로는 과감을 결단을 해야 한다.
지도자는 본인이 과학기술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 이때의 지식은 책에 기술된 지식을 이해하는 정도가 아니라 한걸음 나아가 근본원리를 이해하여 응용할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 반면 과학기술 전문가에게 항상 지도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누굴 민중의 대표로 선출해야 하는가.
전문지식은 주위에서 빌리면 된다. 그러나 결정은 지도자 자신이 해야 한다. 주위에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이 많아도 그들로부터 모든 것을 자문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고어 부통령은 본인이 어느 정도 지식을 갖고 있는데다가 대통령의 결정권한까지 위임받았기 때문에 정보고속도로가 경제적으로 설립되는 것이다. 서울시장은 다이옥신에 관한 지식을 누구에게 빌려서 쓰레기 소각문제에 관하여 어떤 선택을 했는가. 대통령은 원자력에 관한 지식을 누구에게 빌려서 굴업도 핵폐기장에 관하여 어떤 선택을 했는가. 이동통신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선택은 무엇을 위한 것이고 과연 어떤 목적을 달성한 것인가. 살기 좋은 사회를 위하여 편리하고 경제적인 기초시설을 마련하는데 있어 정부 지도자는 현명한 선택을 했는가. 지도자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국가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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