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한 연수생제도 현장이탈 불법취업 양산/내국인 고실업사태 막을 새 제도 주저 말아야60년대 초 독일에 광부를 보내기 시작한 이래 수많은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해외에 나가서 땀흘려 일하였다. 83년에는 그 수가 22만여명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장기간 노동력 송출국가이던 우리나라는 80년대 말부터 노동력 유입국가로 바뀌었다. 87년 여름이후 국내 임금이 급격히 상승, 중국을 위시한 동북 및 동남아의 개발도상국에 비하여 10배이상 되자 외국인 근로자는 합법, 불법을 가리지 않고 대량 유입되고 있다. 지난 5년 사이에 그 수가 5배로 늘어 금년 3월에는 22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몇년 안에 40만∼50만명이 될지도 모른다.
경제사정이 좋아서 국내 중소기업들이 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던 91년 해외투자업체의 현지고용인력에 대한 산업기술연수제도를 허용하였다. 94년부터 우리 근로자들이 취업을 기피하는 이른바 3D분야에 속하는 중소제조업의 인력난 완화를 목적으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관장하는 편법적인 산업기술연수생제도가 실시되어 외국인 단순근로자의 유입이 합법화 한 셈이다.
이 제도는 연수라는 형식으로 싼 외국인 근로자를 데려다 특정분야에서 활용하자는 것이어서 당시에도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외국인 근로자의 도입초기여서 다소 국제적인 비난을 각오하면서 택한 고육지책이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 싼 임금에 장시간 근로도 마다하지 않는 외국인 연수생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였다. 선원이나 의료요원도 같은 방식으로 도입해달라는 요구가 뒤따랐다. 이들을 한번 써본 기업들은 국내근로자 고용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도 하지 않고 더 많은 연수생의 도입을 요구하였다.
최근 경제사정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경기하강과 구조적인 요인이 겹쳐 수출과 성장이 둔화하고 실업자가 크게 늘었다. 지난 3월 실업률은 3.4%였고 실업자는 72만 4,000여명에 달하였다. 기업의 해외이전과 구조조정으로 실업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가장의 실업위험 때문에 여성과 고령자 등 가구원의 취업희망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도입요구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 등에서는 노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외국인연수생을 더 많이 활용해야겠다는 것이다. 외국인 불법취업자를 고용하려는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비싼 내국인보다 싼 임금의 외국인을 선호하는 것이다. 산업연수생제도라는 어정쩡한 합법화와 불법취업자에 대한 느슨한 정책을 그대로 지속하면 머지않아 「내국인의 고실업과 외국인의 고취업」이라는 위험한 상태를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사적 이익과 사회적 이익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외국인 근로자의 대부분이 3D의 중소제조업이 아닌 분야에 취업하고 있어서 당초의 목적과는 다른 방향으로 빗나가고 있다. 전체의 60%를 넘는 불법취업자의 대다수가 건설현장이나 식당 등 서비스업에서 일하고 있다. 연수생으로 들어온 사람 가운데 30%이상이 현장을 이탈하여 불법취업자에 합류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수준도 초기와는 달리 내국인의 75%에 이르며 그 대부분이 외국으로 송금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임금이 내국인 임금의 70%를 넘고, 송금률이 60%를 초과하면 중소제조업 등의 인력확보로 발생하는 이점들을 고려하더라도 국민경제적으로 아무런 보탬이 되지 못한다는 분석결과가 있다.
이제 어정쩡한 산업기술연수생 제도 대신에 당당한 외국인고용허가제를 도입하는 것이 소망스럽다. 경제가 어려운 지금이 제도와 정책을 전환할 적기다. 국별로 쿼터를 정해 외국인 고용을 허가하되 최저임금을 밑돌지 않는 범위에서 임금과 근로조건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한다. 진짜 3D의 종소제조업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의 외국인 고용에 대해서는 높은 분담금을 사용자에게 부과하여 서비스업 등의 외국인 고용을 엄격히 규제한다.
그 자리에 내국인이 고용될 수 있게 하고 아울러 무작정 한국행을 시도하는 외국인의 허망한 욕구도 줄여야 한다. 송출 또는 알선기업들이 챙기던 과도한 수수료를 분담금으로 흡수하고 중국 동포의 사기피해도 예방할 수 있다. 1년 단위의 단기허가이므로 노동운동을 우려할 필요도 없다.
국제적 비난에서 벗어나면서 3D의 중소제조업 등이 합법적으로 싼 임금의 외국인 근로자를 당당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채택하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홍익대 교수·경제학과>홍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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