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풀고 느긋하게” 더위 날린 캐주얼콘서트/클래식의 엄숙함 깨고 다양한 재미 선사넥타이 풀고 느긋하게, 그리고 신나게. 보스턴팝스오케스트라의 연주감상법이다. 112년 전통에 일급연주력을 자랑하는 이 악단이 13, 1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졌다. 경쾌한 음악, 시원스런 연주, 재치와 유머로 관객을 즐겁게 했다. 휘파람, 박수, 환성이 나왔다. 캐주얼콘서트의 유쾌한 분위기가 때 이르게 찾아온 더위를 날려버렸다.
13일 전반부는 쇼스타코비치의 「축전서곡」 등 클래식과 우리 민요 아리랑으로 이뤄졌다. 보스턴팝스가 편곡한 아리랑은 목탁, 실로폰, 공 등 여러 타악기를 활용, 리듬과 선율이 무척 다채롭고 재미있는 것이었다.
후반부는 뮤지컬 히트곡 메들리, 영화음악, 재즈 등으로 꾸며졌다. 영화 「스타워즈」의 장쾌한 타이틀곡에 이어 르로이 앤더슨, 제롬 로빈스, 글렌 밀러에 바치는 곡이 연주되면서 즐거운 소란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금관주자들이 일어나서 손을 흔들며 「아아 아-」하고 노래하는가 하면 트럼본과 트럼펫을 한바퀴 뺑 돌리며 불어재켰다. 클래식음악회의 엄숙주의에 길들어 웃을까 말까 눈치보던 청중도 맘놓고 웃었다. 앙코르로 「성자의 행진」, 우리 가요 「만남」, 「성조기여 영원하라」 등 세 곡을 선사했다. 「성자의 행진」 중 더블베이스주자들은 악기의 목을 잡고 빙그르 돌렸다. 「만남」이 연주되자 청중은 나지막히 따라 불렀다. 신나는 행진곡 「성조기여 영원하라」는 익살의 압권이었다. 탬버린주자와 지휘자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금관주자들은 악기를 머리 위로 휙 던졌다.
보스턴팝스는 말러의 교향곡이든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든 각각의 가치를 인정, 미국식 실용주의와 문화적 다원주의를 대변한다. 연주도 미국 대중음악 중심으로 하는, 미국적인 너무나 미국적인 단체이지만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다. 뛰어난 연주력 못잖게 그들의 개방성과 대중의 사랑이 부럽게 느껴졌다.<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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