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훈 할머니의 증언/신혜수(특별기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훈 할머니의 증언/신혜수(특별기고)

입력
1997.06.17 00:00
0 0

◎일군 개입·강제성 입증/정부,철저한 진상규명/일에 배상요구 해야일본군 위안부였던 한국인 「훈」할머니가 캄보디아에 아직까지 생존해 있는 것이 14일자 한국일보 특종보도로 처음 밝혀졌다. 훈할머니는 18세인 1942년경에 군대위안부로 강제로 캄보디아까지 끌려가 일본군의 성노예로 생활하다가 일본인 장교의 현지처로 딸까지 낳았지만 그 일본인 장교는 일본패전시 이 할머니를 버린채 귀국해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훈할머니의 생존사실 확인을 계기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우선 훈할머니의 존재는 동남아 각지에 한국출신 위안부 할머니가 더 생존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지금까지 파악된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한국 할머니들은 국내에 생존해 있는 156명과 미국 뉴욕거주 교포 1명, 중국 9명, 태국에 거주하고 있는 노수복 할머니 등 모두 합해야 200명도 채 안된다. 그러나 2차대전당시 일본군이 주둔했던 곳이면 어디든지 위안소가 세워졌던 것을 상기하면 미얀마나 남태평양군도 등에 남겨진 할머니들이 더있을 것이다. 악몽과 치욕의 과거를 안고 사는 피해자 할머니 개개인의 한을 풀어준다는 의미에서 뿐만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문제의 철저한 진상규명이라는 차원에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실태파악이 있어야 한다.

훈할머니의 증언은 또 그동안 일본이 마지못해 부분적으로 인정해 왔던 일본군대의 개입과 강제성을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 훈할머니는 당시 수백명의 한국여성과 함께 프놈펜에 강제로 끌려갔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훈할머니의 위안을 받았던 일본군 장교출신 다다쿠마 쓰토무(지웅력)씨는 당시 위안소가 헌병에 의해 철저히 관리되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일본군 위안부문제가 제기된 이후 일본정부 태도는 철저하게 회피로 일관해 왔었다. 처음에는 『위안부 차출은 민간업자가 한 것이지 일본군의 관여는 없었다』고 발뺌하다가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나오자 『일부 군대의 개입은 있었지만 강제성은 없었다』고 둘러대 할머니들의 분노를 샀다. 93년 8월 일본정부는 제2차보고서에 일부 강제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이 시인했다. 그러나 위안소의 설치에 관한 명령체계라든지 규모, 운영 등에 관한 총체적 진실은 전혀 밝히지 않았다. 진상규명을 계속하겠다던 유엔인권위원회에서의 발언과는 달리 일본정부는 그이후 4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진상규명을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또 전 일본군 장교 다다쿠마씨는 인권을 존중하는 모든 나라에의 입국이 금지되어야 마땅하다. 미국정부는 작년 12월3일 일본인 전범자 16명의 미국입국금지조치를 발표하였다.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16명의 일본인중 2명이 생체실험을 자행한 731부대 관련자이고 나머지 14명이 위안부 관련자이다. 워싱턴 정대협에서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결과 얻어낸 값진 조치이다. 새로운 범법자가 나타날 때마다 입국금지자 명단에 추가되어야 한다.

훈할머니의 기구한 인생을 보면서 여러가지 착잡한 생각이 드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과거 일본의 식민지로서 이렇게 짓밟힌 우리의 누이, 여동생, 어머니들의 처지에 말할 수 없이 가슴이 아프면서도 또 동시에 수치스럽게 생각하여 빨리 잊어 버리고 싶을 수도 있다. 과거는 이제 어느 정도 밝혀졌으니 앞으로 일본과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맺어가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치스런 역사적 사실은 덮어둔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진정한 미래지향적인 관계는 「위안부」문제의 진상을 모두 밝혀내고 이를 국제법에 따라 정의롭게 청산하고 난 기반위에서만 비로소 가능하다. 우리 국민과 정부는 일본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자주적 외교노선을 견지해야 한다.

올 3∼4월 제네바에서 개최됐던 제53차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일본정부는 「위안부」문제의 해결은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기금」을 통해 추진하고 있다고 하며 국가배상책임을 여전히 회피하는 입장을 고수했다. 동시에 유엔업무의 컴퓨터화를 위해 일본 정부가 지난해에 10만달러, 올해에 또 10만달러를 기부한 사실을 선전했다. 일본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지난해 일본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소위 「자유주의 사관」을 주장하는 일본의 우익 지식인들의 움직임과 더불어 반역사적 행동이다. 일본정부는 유엔 인권위원회의 여성폭력특별보고관인 구마라사와미씨가 보고서에서 제시한 권고안대로, 「위안부」제도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피해자에게 국가배상을 실시해야 한다.<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국제협력위원장·한일신학대 교수·사회복지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