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앞두고 미팅·동반 MT 등 여대마다 ‘구애편지’ 몸살속 일부 남학생들 노골적 성묘사에 여대생들 발끈 공개사과 해프닝『성희롱편지는 사절합니다』
각 대학 남학생들의 미팅이나 동반MT 제안 편지로 여자대학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주로 중간고사가 끝나는 5월과 여름·겨울방학이 시작되는 6월, 12월을 전후해 이같은 편지가 쇄도하는데 일부는 성적묘사가 짙은 장난투 내용이 담겨있어 「성희롱」이나 「성폭력」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학과대표에게 전달되는 이런 제안서는 「애교형」 「읍소형」 「협박형」에서부터 「성희롱형」에 이르기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지난해 5월 D대학 학생들이 D여대 모학과에 보낸 MT제안서는 『전국에서 가장 이쁜 여학생들에게 D대학 도령들이 삼가 아뢰옵니다』라는 애교형 문구로 인기를 끌었다. 이런 애교형 편지는 십중팔구 채택되기 마련이다.
또 『한번만 동행해 주신다면 그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등의 읍소형 편지도 여학생들이 물리치기 어려운 유형. 『미팅을 안하면 쳐들어가겠다』는 협박형 편지도 심심치 않게 날아들지만 그런대로 애교가 있는 편에 속한다.
여학생들에게 불쾌감과 분노를 유발하는 가장 「악질적」인 편지는 「성희롱형」. 세상 바뀐줄 모르는 짖궂은 남학생들이 편지에 여학생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성희롱 내용을 담았다가 미팅 대신 날아온 「성폭력 부메랑」에 맞아 혼쭐나는 경우가 잦다.
유부남을 포함한 H대 대학원생 15명은 지난 4월30일 이화여대 모학과에 이런 식의 미팅제안을 했다가 이화여대생들에게 「성폭력행위」로 몰려 11일 대자보를 통한 공개사과를 하고도 사과문을 컴퓨터 통신에 올려야 할 처지가 됐다.
H대 대학원생들의 경우는 사실 정도가 지나쳤다는 것이 중론. 「겨울가뭄에도 물이 고갈되지 않았다는 소문 때문에」 「겨우내 움츠렸던 물건을 세우기위해」 「일단 맛보세요」 등 듣기에도 거북스러울 만큼 성적상징이 노골적인 말들로 미팅제안과 함께 자기소개를 했던 것. 이화여대 여성위원회와 해당학과 학생들이 『성폭력의 또다른 형태』라며 발끈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뒤늦게 이 소식을 들은 H대측에서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학생들을 징계하기 위해 이화여대 여성위원회에 신원공개를 요청했다. H대 대학원생들은 이화여대측의 너그러운 「배려」로 신분노출만은 면해 징계를 피하게 됐지만 생각없이 쓴 편지 한장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지난해 5월에도 S대 공대생이 외국유명모델의 나체사진을 첨부해 이화여대 학생들에게 미팅 제안을 했다가 성희롱시비에 휘말려 급기야는 공개 사과한뒤 학교측으로부터 징계를 당한 일도 있었다.
노골적인 미팅제안편지로 시달리는 곳은 이화여대 뿐이 아니다. 숙명여대 성신여대 등 거의 모든 여자대학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편지가 수시로 날아들고 있다.
H대 대학원생들은 공개 사과문에서 『수년전부터 선배들이 써 오던 편지에 자기소개만 바꿨다』고 했고 이화여대 학생이 사실확인을 위해 전화를 걸었을 때 미팅이 성사된 줄 착각하고 『어느 대 무슨과냐』고 묻기도 했었다는 것.
이화여대 여성위원회 위원장 조여울(22·전산과 4년)씨는 『과대표들이 미팅에 응하거나 휴지통에 버려 드러나지 않는 것까지 감안하면 각 과마다 매년 평균 3∼5통의 미팅제안 편지를 받는다』며 『여대를 중심으로 몇몇 대학이 「연대회의」를 구성, 성희롱내용을 담은 편지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대학내 성폭력 문제해결을 위해 공동대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김정곤 기자>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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