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우등생모임 멤버 등 어엿한 대학생 성장/“생모의 마음속 짐 덜어드리고 싶어요”『19년을 가슴에만 담아두었던 어머니의 나라입니다. 생모를 만나지 못하더라도 따스한 고국의 햇살만은 마음껏 품어보고 싶습니다』
77년 8월2일 영등포의 주택가에서 포대기에 쌓인 채 발견돼 미국에 입양됐던 아기가 어엿한 성인이 돼 지난 9일 양부모와 함께 고국을 찾았다.
크리스틴 리(한국이름 김계희·20·미네소타 베델대1)양. 숙소에서 만난 리양은 가벼운 T셔츠에 선글라스를 머리에 꽂은 모습이 여느 대학생들과 다름없이 티없이 밝고 맑았다.
리양은 78년 5월 대한사회복지회를 통해 미국 미네소타주 사우스블루밍턴시의 독실한 크리스천인 데이비드 리(52·미네소타대 해부학 교수)씨 가정에 입양돼 양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선천적인 언청이었으나 3차례에 걸친 수술 끝에 귀엽고 아름다운 용모도 되찾은 리양은 케네디고교 재학시절 여학생 모두가 선망하는 치어리더와 합창단원으로도 활동했다.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으로 교우들과의 친분도 두터운 리양은 주에서 선발하는 전국우등생모임(National Honor Society)의 멤버이기도 하다. 지난해 학기 평균평점도 상위권인 3.25점(4점만점)을 받았다.
부족함 없이 자라온 리양이지만 혈육에 대한 그리움이 북받쳐 오를때면 양부모의 눈을 피해 혼자 울기도 했고 입양때 입었던 색동옷과 앙증맞은 신발을 안고 잠들곤 했다. 생모에 대한 원망이 치받칠땐 양엄마에게 철없는 투정도 부렸다. 그럴때면 양부모는 따스한 사랑으로 그를 감싸안아 주었다. 그리고 약속했다. 『네가 성년이 되면 고국을 찾아가 엄마에게 예쁘게 자란 네 모습을 자랑하자』고.
양부모도 딸을 볼 때마다 늘 가슴 한구석이 아팠다. 어머니 캐롤 리(58)씨는 『불구의 크리스(애칭)를 길에 내버린 뒤 평생을 괴로워하며 살아왔을 생모의 짐이 항상 우리 마음을 짓눌렀다』며 『장성한 딸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분의 짐을 다소나마 덜어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품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출국전에 친어머니를 꼭 만나고 싶다는 리양은 『엄마를 만나면 말없이 두 손을 꼭 쥐고 한참동안 있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리양은 하지만 『엄마를 못만나더라도 슬퍼하진 않을 거예요. 고국의 고마운 어른들 모두가 제 친부모처럼 잘해주셨거든요. 그리고 제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양부모의 큰 사랑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리양은 설악산과 제주도, 경주 등을 둘러보며 고국의 아름다움과 혈육의 정을 확인한 뒤 21일 출국할 예정이다. 리양의 연락처는 대한사회복지회(02)567―8891.<최윤필 기자>최윤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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