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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잃은 신의주/송대수 베이징 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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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잃은 신의주/송대수 베이징 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7.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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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너머에서 지켜본 북한 신의주의 모습은 일상적이었다. 까맣게 그을린 5, 6명의 어린이들은 발가벗은채 강가 모래톱에서 장난을 하다 물장구를 치기도 했고 이성계가 회군한 위화도에는 누렁소 몇마리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그러나 강가에서 휴식을 취하는 북한 주민들은 젊은이, 노인네할 것 없이 일상에 지친 듯 기력이 없어 보였다. 활력이 없기는 신의주항에 정박중인 북한 선박들조차 매 한가지였다. 철선이고 목선이고 모두 녹슨 채 폐선처럼 묶여 움직일 줄을 몰랐다.반면 건너편 중국 단둥(단동)항은 수많은 화물선과 유람선, 모터보트들이 활기차게 물살을 가르며 북한 특수를 누리고 있었다. 단둥에서 신의주로 통하는 「중·조 우의교」 위에는 북한으로 들어가는 식량을 실은 중국 화물트럭들이 944m 다리를 꽉 메운 채 수시간씩 움직일 줄 몰랐다. 한국전쟁때 폭격으로 끊어진 단교는 남북분단 현실을 대변하듯 중국쪽만 이어져 있는데 관광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정수리가 녹색인 오리들은 압록강물 위로 자유로이 넘나드는데 기자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 추가비용을 부담하며 보트를 임대, 신의주 강변쪽으로 접근했다. 안내원과 보트 기사는 북한인들을 자극해서는 안된다며 북녘을 향해 사진을 찍지 말라고 수차 당부했다.

강가 5m까지 접근, 북한 주민들에게 인사를 전하자 주민, 경비병도 반갑게 손을 흔들지만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압록강 수면은 중국과 북한의 공동소유다. 중국은 강을 이용, 엄청난 관광특수를 누리고 있는데 북한측은 문을 굳게 닫고 열 줄을 모른다. 지상낙원이라고 선전된 북한땅은 이젠 더이상 낙원이 아니다. 주체의 최면술이 얼마나 버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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