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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광고 ‘수난시대’/간판·포스터 금지 이어 자판기 설치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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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광고 ‘수난시대’/간판·포스터 금지 이어 자판기 설치 제한

입력
1997.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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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등 세계각국 규제조치 잇달아/‘명작’ 말보로·죠 카멜도 역사속으로사람들에게 해를 주면서도 상업광고를 할 수 있는 상품이 있다. 담배와 술이다. 그동안 일정한 한계를 두고 허용되어 온 이 상품의 광고가 수난을 겪고 있다. 특히 세계 여러나라의 대대적인 금연운동과 맞물려 담배광고는 「완전금지」의 철퇴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초부터 담배광고가 실린 간판과 포스터 등을 금지했고 7월부터는 담배자판기 설치가 제한돼 흡연인구 줄이기 작전이 확산된다.

「타임」 「뉴스위크」 등 미국의 이름난 시사지들의 모습이 최근 약간 바뀌었다. 이 잡지들의 뒷면 겉표지를 늘 장식하던 담배광고가 사라진 것이다. 지난해 8월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청소년 대상의 담배광고를 억제하기 위해 발표한 여러 조치 가운데 「상당한 청소년 독자를 가진 잡지에 실리는 담배광고는 흑백문자만으로 제한한다」는 데 따른 것이다. 이 잡지를 청소년이 얼마나 보느냐는 논란이 있지만 어쨌든 말보로맨의 터프한 모습이나 카르티에의 단정한 광고는 이제 보기 힘들어졌다.

미국의 담배광고규제는 계속 늘고 있다. 지난달 말 미 연방공정거래위원회는 R J 레이놀즈사의 카멜담배 캐릭터인 「죠 카멜」이 담긴 광고판을 어린이들이 다니는 장소에 세울 수 없다고 결정했다. 87년부터 낙타얼굴의 캐릭터를 내세운 독특한 담배광고를 해 온 레이놀즈는 이 광고로 청소년 흡연인구를 늘렸다는 비난을 샀다. 한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 대부분이 죠 카멜을 미키마우스처럼 친근하게 대하고 있고 카멜담배 흡연자는 청소년이 성인의 10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지난달 모든 담배광고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백서를 작성하겠다고 밝혀 영국에서 담배광고산업의 운명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에앞서 노동당 정부는 담배회사의 스포츠협찬을 금지했다. 벨기에 의회도 올해 초 흡연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는 이유로 99년부터 담배광고를 전면금지키로 결정했다.

우리나라도 이같은 담배광고 규제의 흐름을 타고 있다. 올해부터 적용된 보건복지부의 담배광고물 설치 규제에 따라 그동안 외국 담배회사의 광고전략으로 말보로 버지니아슬림 등이 새겨진 간판을 붙였던 동네상점들이 대대적인 간판바꾸기 작업을 하고 있다. 흡연경고문구가 표기되어 있지 않거나 여성과 청소년을 모델로 사용한 광고, 그림이나 문구로 묘사된 담배광고도 규제되고 있다.

그리고 모든 담배광고는 담배가게를 벗어날 수 없도록 했다. 규제 대상의 대부분은 그동안 외국담배회사들이 해 온 간판 포스터 등이다.

문제는 이런 광고의 규제가 담배회사의 마케팅에 치명타를 준다는 것. 50년대 이후 말보로 윈스턴 등에 밀리면서 계속 하락세를 걸어온 카멜은 「죠 카멜」을 등장시키면서 매출이 수직상승했다.

95년에는 미국시장 시장점유 10.3%로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죠 카멜의 독특한 광고 덕이 컸다. 터프한 이미지로 가장 인지도 높은 브랜드의 하나에 속하는 말보로맨의 자산가치는 1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광고를 제한받는 것은 그만한 돈을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건강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지만 죠 카멜이나 말보로맨 등 광고사에 기록이 남을 창의성을 인정받은 뛰어난 광고는 잃는 셈』이라고 평가했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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