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그립다” 설움 복받쳐 눈물/“끌려온 직후 동생편지 받았는데…”【프놈펜=이희정 기자】 속보=『장기판의 말처럼 끌려다니는 인생이었지만 마지막으로 죽기전에 고향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매일밤 부처님께 무릎꿇고 간절히 기도드리고 있습니다』
일본군 군대위안부로 끌려가 50여년동안 캄보디아에서 살아온 「훈」할머니는 15일 본지기자와의 2차 회견에서 고향이 그립다며 설움이 복받쳐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할머니는 『확실치는 않지만 나의 성은 「장씨」였던 것 같습니다』라면서 『소학교를 졸업한뒤 일제에 끌려오기 전까지 작은 가게를 꾸려가던 어머니를 도왔다』고 말했다.<관련기사 2·3·34·35면>관련기사>
할머니는 또 캄보디아에 온지 얼마되지 않아 막내 남동생에게서 『어머니가 위독하니 빨리 돌아오라』는 편지를 2, 3차례 받았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지금 그 편지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고향 진동(경남 마산시 진동면)에 가족중 누구라도 살아있다면 이 사실을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할머니는 「장」이라는 성과 편지에 대한 사연이 한국일보를 통해 알려지면 가족을 꼭 찾을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할머니는 그동안 잊고 있던 널뛰기 그네뛰기 썰매 등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며 소녀시절로 돌아간듯 행복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는 『50여년만에 처음으로 한국여자인 기자를 만났다』면서 기자의 볼을 어루만지고 손을 쓰다듬으며 즐거워했다.
한편 할머니는 한때 남편이었던 일본군 장교 다다쿠마 쓰토무(지웅력·76)씨가 68년 자신을 만났다는 발언은 『터무니 없는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할머니는 『다다쿠마는 56, 57년께 캄보디아를 떠나기전 이미 다른 여자와 살며 나를 철저히 배신했다』면서 『많은 돈과 땅을 남겼다는 것도 순전히 거짓말』이라며 쓰게 웃었다.
할머니는 1945년 일본이 패망한뒤 어느 단체에선가 한국인을 모아 본국송환을 추진했지만 자신은 다다쿠마씨가 『함께 살자』고 붙드는 바람에 송환 배를 놓쳤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한 한국남자가 「일본인이고 캄보디아인이고 아무도 믿을 수 없다. 한국으로 돌아가자」고 권유했지만 떠나지 않았다』며 『그땐 참으로 어리석었다』고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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