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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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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가 보내는 양곡이 중국―북한 국경열차의 부실로 전달에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모양이다. ◆적십자사는 지난 북경회담에서 5만톤의 옥수수를 북한에 건네기로 하고 이중 1차분을 중국에서 신의주, 남양, 만포 등에 기차육로를 통해 전달하고 있는데 중국철도청의 화차배정도 어렵고 북한의 험한 산굽이도 만만치 않아 예정된 양을 실어나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가는 오는 6월19일까지 건네기로 한 1차 인도분 1만1천2백톤을 도무지 인도할 수 없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한적측은 북한의 남포항과 흥남의 항구를 통해 선박수송을 할 수 있도록 요구했고 북한측도 이를 허용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차수송력과 선박수송력은 비교가 안된다. 기차는 한번에 50톤짜리 화물칸 25량을 다는 것이 최고인데 비해 배는 한번에 수만톤, 때로는 수십만톤을 실어 나른다. ◆남포, 흥남항구 등은 월남한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생생한 기억이 박혀있는 곳이다. 1950년 12월의 그 유명한 흥남부두 철수작전에서는 공식기록으로만 군인 10만5천, 민간인 9만8천명이 죽음의 철수를 했고 그 외에도 원산, 성진 등의 동해안 항구는 물론 남포, 옹진, 해주 등의 서해안 항구를 통해서도 공식 비공식으로 50만명 이상이 탈출했었다. ◆이제 세월이 흘러 죽음직전에서 탈출했던 그 항구를 통해 북쪽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남쪽 사람들의 구호식량이 들어갈 전망이다. 구호양곡이 부두에 닫는 날 그 모질었던 세월을 돌이키며 양곡을 보내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왈칵 울음보를 터뜨리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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