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시스템 등 갖추고 PC통신통해 서비스/업체마다 회원 수만명 연 100%이상 고속성장인텔리전트 빌딩 한층을 몽땅 차지한 사무실. 원목과 대리석으로 깔끔하게 장식된 상담실. 컴퓨터 네트워크로 관리되는 데이터베이스(DB)시스템. 요즘 번창하고 있는 「중매 기업」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양쪽 집안을 맺어 주는 「마담 뚜」나 소규모 결혼상담소 수준에 머물렀던 중매산업이 결혼정보산업으로 탈바꿈하면서 기업화하고 있다.
회원수가 수만명에 이르는 전국 규모의 중매기업이 생기고 PC통신과 인터넷 등을 통한 중매 서비스도 활기를 띠고 있다.
「중매기업」으로 불릴만한 곳은 국내에서 대략 다섯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다. 듀오와 코리아알트만, 에코러스 등 대형 결혼정보회사들이 몇년 전부터 급속히 세를 확장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가장 큰 수입원은 결혼을 원하는 남녀회원들이 내는 회비. 업체별로 6,000∼4만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매달 300∼600명이 새로 가입하고 있다. 연 100%이상의 성장률이다. 회원들이 내는 연회비는 대부분 50만원을 넘어서기 때문에 매출액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 실제 한 결혼정보회사는 지난해 법인세만 8,000만원이나 냈다.
회원은 전문대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 비율이 압도적. 남성은 대기업 사원이나 전문직 종사자가, 여성은 교직이나 전문직에서 일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다양한 테스트를 받는데 결과는 곧바로 직업 학력 등 개인신상 자료와 함께 컴퓨터에 입력돼 관리된다. 듀오는 전문 면담자가 성격 외모 등까지 평가해 회원을 78등급으로 나눠 관리하고, 에코러스와 코리아알트만은 각각 도형과 색상을 이용, 성격검사를 한다.
연회원이 되면 보통 1달에 2회씩 새 파트너를 소개받는다. 『남녀 비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때문에 각자 수준에 맞는 파트너 주선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들의 설명.
결혼정보회사는 만남을 주선할 뿐만 아니라 초면의 남녀가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이벤트 등 다양한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한다. 듀오의 임석훈 대리는 『신세대 남녀들의 취향을 고려해 승마팅 스키팅 피자팅 수영장팅 등 참신한 이벤트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PC통신망과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결혼정보서비스도 중매산업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누구나 간단하게 사진을 포함한 자신의 신상자료를 컴퓨터에 올려 짝을 찾을 수 있고 서비스 제공회사가 마련하는 행사에 참가해 자연스러운 만남을 가질 수 있다. 또 일부 중매기업은 결혼서비스업에까지 진출해 중매와 만남, 결혼을 연결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중매산업의 앞날을 「맑음」으로 전망한다. 벤치마킹 대상인 일본 중매기업들이 지금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데다 우리 신세대들의 정서를 파고 드는데도 성공했다고 자신하고 있기 때문. 2조원 규모의 일본 중매산업 시장에서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OMMG, ZWEI, CUPID는 모두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올해 3월 결혼한 이두열(34)씨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종사하고 있어 배우자도 전문직을 갖고 자신의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나섰다』면서 『정보화 시대에 연애나 맞선을 통해 배우자를 만난다면 주변의 한정된 정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이상연 기자>이상연>
◎사별·이혼하신 분도 오세요/재혼·국제결혼 등 전문상담소도 급증
『총각 처녀만 중매하라는 법 있나요』
중매산업이 성장하면서 초혼 뿐만 아니라 재혼, 국제결혼 등 「특수 상품」을 판매하는 중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수요가 늘자 중매업소마다 전담자를 두고 있고 아예 특수중매로 특화하는 업소도 늘고 있다.
결혼상담소 등 중매업소 관계자들은 재혼 중매업이 크게 성장한 것을 가장 커다란 변화로 꼽는다. 재혼 담당부서를 따로 두고 있는 결혼정보회사 「에코러스」의 재혼 희망 회원은 840명이 넘는다. 전체 회원의 5% 수준이고 여성 비율이 58.6%로 남성보다 많다.
재혼을 위해 소규모 결혼상담소를 찾는 사람은 이보다 훨씬 많다. 상담소를 찾는 사람 가운데 5분의 1정도가 재혼 희망자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결혼상담소 「결혼마당」 임정금 소장은 『재혼을 희망하는 중년들이 상담소로 몰려오는 현상은 재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재혼상담이 늘자 「재혼 전문」으로 못박고 영업하는 상담소도 늘어났다』고 전했다. 그는 결혼상담소를 찾는 재혼 희망자들 가운데 남성은 고위공무원이나 전문직 종사자, 연금수령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재혼중매의 경우 성사율이 초혼보다 낮은 것이 일반적. 「에코러스」측은 재혼 중매 성혼율이 초혼보다 20% 포인트 가량 낮은 40∼50% 수준이라고 밝혔다. 소규모 상담소도 비슷한 형편이다. 임소장은 『사별한 사람보다는 이혼한 사람이, 아이가 딸린 사람보다는 없는 사람이 성사될 확률이 높다』면서 『재혼을 원한다면 배우자와 헤어진 후 시간적 여유를 갖고 첫 만남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내국인을 외국인에게 연결해 주는 국제중매는 재중동포와의 결혼이 허용된 90년 전기를 맞았다. 결혼을 위해 입국한 재중동포 처녀는 90년 23명에 불과했으나 93년 1,463명, 94년 1,995명, 95년 7,693명 등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이들을 국내 예비신랑과 연결하는 전문 중매업소도 우후죽순처럼 생겼고 옌볜(연변) 등 중국 현지에서는 한국청년과의 중매를 빌미로 한 사기행각이 줄을 이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 외에도 일본 캐나다 미국 등 다양한 국가로까지 국제중매가 확산되고 있다. 국제결혼 전문업소인 서울 용산구 K업소 관계자는 『중국 쪽은 한달 1, 2건에 불과한 반면 미국 10건, 캐나다 2건 정도가 성사되고 있다』고 말했다.<이상연 기자>이상연>
◎사기 조심!/횟수채우기식 무성의/상대조건 속이거나 지참금·혼수 농간 등…
마담 뚜나 결혼상담소를 통한 중매의 피해가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94년 결혼상담업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면서 두드러지고 있다. 전직 마담 뚜나 자격미달자들까지 결혼상담소를 운영하게 되면서 횟수 채우기식의 무성의한 소개는 물론, 성혼료를 챙기기 위해 무리하게 혼인을 성사시키는 사례가 많기 때문. 학벌, 가문 등 상대의 조건을 속이거나 지참금과 혼수 문제를 놓고 농간을 부리기도 한다.
결혼 6개월째인 성모(30·여)씨는 이혼위기에 놓였다. 성씨는 지난해 10월 마담 뚜 소개로 레지던트 과정의 남편 이모(33)씨를 만났다. 당시 마담 뚜는 『의사지만 돈 같은 것은 절대 요구하는 집안이 아니다』고 말해 성씨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결혼 1주일전 남자쪽 집에서 다짜고짜 『집은 여자쪽에서 마련하기로 했으니 알아서 준비하라』고 통고해 왔다. 성씨는 어이가 없었지만 결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라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결혼 후에도 시어머니는 레지던트 수속금 등을 수천만원씩 요구해 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마담뚜는 시댁에 『저쪽 집안은 5년간 의사 사위만 찾은 사람들이니 집도 사주고 병원도 차려 주기로 약속했다』고 딴 말을 했다는 것이다. 성씨는 『혼수와 지참금 문제로 시어머니의 구박이 너무 심해 정상적인 결혼생활이 힘든 상황』이라며 『중매쟁이에게 따지려 했지만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다』고 억울해 했다.
명문의대 출신 의사 이모(37)씨는 잘못된 중매로 집안이 풍비박산난 경우. 92년 마담 뚜 소개로 결혼한 이씨는 신혼 첫날 아연실색했다. 아내가 발작을 일으켜 호텔로비에서 난동을 일으켰던 것. 병원에 알아본 결과 아내는 어렸을 때부터 간질을 앓아왔다. 이씨는 마담 뚜에게 어떻게 된 영문이냐며 따졌지만 『나도 잘 몰랐다. 이왕 결혼했으니 참고 살라』는 말만 들었다. 이혼을 요구했지만 처가에서는 절대 안된다고 버텼고 이일로 모친이 화병이 나 세달만에 급사했다. 결국 이혼은 했지만 잘못된 중매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최근엔 외모와 학벌이 좋은 남자를 전문 맞선꾼으로 고용, 여러 여자와 맞선을 보게 하는 중매사기도 등장했다. 이들 전문 맞선꾼은 대개 명문대 대학원생이나 수련의 대기업사원 등으로 처음부터 결혼의사는 전혀없이 부수입을 올리기 위해 여러 여자를 만난다. 결혼상담소협회는 전문 맞선꾼을 고용, 사기중매를 하는 곳이 서울에만 10여 군데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결혼상담소협회 차일호 회장은 『졸속·사기 중매와 과다혼수 조장 등 무자격 중매꾼의 폐해가 적지 않다』며 『중매를 할 때는 조건보다는 사람의 됨됨이를 우선 고려해야 하고 신원이 확실하지 않은 중매꾼이나 상담업소는 되도록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배성규 기자>배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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