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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 버려진 「훈」 할머니/본보 단독 현지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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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 버려진 「훈」 할머니/본보 단독 현지인터뷰

입력
1997.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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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면직원이었다”/“42년 수백명 함께 끌려와”/기억 되살리며 회한의 통곡/타여성들 대부분 병사하거나 소재 불명/동거 일 장교 일·캄 경제협 상무로 재직중【프놈펜=이희정 기자】 속보=『부모님은 잘 생기셨고 나를 무척 귀여워해 주셨습니다』

일본군 군대위안부로 끌려가 지난 50여년동안 캄보디아에서 살아온 「훈」 할머니(73)는 14일 밤(현지시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본지기자와 만나 부모님을 회상하며 한에 복받친 울음을 터뜨렸다. 캄보디아 말을 하는 할머니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통역을 퉁해 『아버지는 일본식으로 창씨 개명한 「가와리 오니」씨로 면사무소 공무원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름도 일본식인 「가와리 어니코」였으며 집에서는 농사를 짓지 않았다고 밝혔다. 할머니가 기억한 「가와리」는 당시 창씨개명중 발음이 유사한 가와이(하합), 또는 가와라이(하원정)일 가능성도 있다.<관련기사 27면>

훈 할머니는 『어머니의 이름은 남씨로 기억되며 홍수때면 물이 들어오는 집에서 살았고 어머니와 함께 집 근처에 있는 절에 자주 다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은 집에서 1㎞떨어진 곳에서 여러명과 함께 공부를 했으며 당시 일본 도쿄(동경)로 돈벌러 간 언니는 왼쪽 눈부위에 쑥들어간 흉터가 있었다고 희미한 기억을 애써 되살렸다.

한국말을 거의 못하는 할머니는 한국 기업인 황기연(43)씨와 영어를 하는 현지 통역을 통해 기자와 대화를 나눴는데, 42년 당시 일제에 의해 프놈펜에 강제로 끌려온 한국여성은 수백명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 한국여성들은 프놈펜 도착 즉시 뿔뿔이 흩어졌으며 42년초에서 44년말까지 그가 머물렀던 일본군 막사에는 한국여성 2명이 더 있었으나 이들은 이후 모두 병에 걸려 숨졌다고 전했다.

한편 황씨에 따르면 할머니와 동거해 딸까지 두었던 일본군 장교는 현재 도쿄(동경)에 거주하는 다다쿠마 쓰토무씨로 밝혀졌으며 그는 현재 아시아·태평양 국회의원연합(APPU)일본의원단 사무국장이며 일본·캄보디아 경제협회(JCEA) 상무이사로 일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94년 캄보디아 북부 스쿤시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다 할머니를 처음 발견한 일본 비정부기구(NGO)회원들이 수소문해 밝혀낸 것으로 전해졌다.

다다쿠마씨는 JCEA 상무이사 자격으로 지난해 일본측의 지원으로 건설된 프놈펜 항만공사 완공식에 참석하는 등 최근에 4차례 캄보디아를 방문했으나 할머니의 소식을 듣고도 외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무부 사실확인 지시

외무부는 14일 일본의 군대위안부로 끌려가 50여년동안 캄보디아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훈 할머니(73)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토록 주캄보디아 대표부에 지시했다.

외무부 당국자는 『훈 할머니가 위안부로 끌려간 한국인으로 확인될 경우 적법절차에 따른 정부보조금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며 『지난해 중국에서도 군대위안부할머니들을 귀국시킨 전례에 비추어 정부는 본인이 원하면 한국 방문이나 귀국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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