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후보국민 거리 좁혔다”/“고비용 정치구조 개선 기여할 것”/군소후보 이런 자리 아니면 자신 못알려/검증아닌 홍보장소지… ‘거품후보’ 걸러야/형평성위해 패널선정과 토론의 준칙 필요/후보 참모습 알려면 ‘후보간 토론’ 이뤄져야한국일보사와 SBS가 공동주최한 「대선후보·주자 시민포럼」(6월2일∼6월12일)에 사회자와 패널리스트로 참석한 전문가 좌담을 통해 시민포럼의 의미와 미디어정치의 가능성을 진단했다. 좌담 참석자들은 신문과 TV 등 대중매체를 적극활용하는 미디어정치가 후보자의 자질검증과 고비용정치구조의 개선에 크게 기여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편집자 주>편집자>
▲이성춘 위원=시민포럼에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포럼이 대선후보들과 국민들간의 간격을 좁히는데 크게 일조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대규모 군중집회는 참석한 사람만 보았다. 시민포럼은 신문과 TV 등을 통해 후보의 면면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안병찬 교수=인쇄매체와 전파매체가 공동으로 포럼을 개최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포럼은 양 매체의 장점을 살려 효과가 배가되는 시너지효과를 낳았다고 본다.
▲박주현 변호사=그동안 일반 유권자들은 일방적으로 신문이나 TV에 나오는 것을 보는 객체에 불과했으나 이번 포럼을 계기로 객체에서 주체로 나설 수 있는 전기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 토론문화의 정착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
▲유자효 위원=이번 포럼은 미디어정치시대의 도래를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과거 대선주자들은 사전에 국민들의 검증을 받은 일이 없었다. 고비용 정치구조의 개선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신문이나 TV를 통해 사전검증이 이뤄질 수 있는 상당한 가능성을 발견했다.
▲김병국 교수=민주주의는 질 문제도 중요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미디어정치가 발달한 미국에선 TV토론이 고비용정치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도 있다. 너무 지나치게 미디어정치로 가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TV토론이 후보검증의 장이 아니라 홍보의 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유위원=현장에서 느낀 문제점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방청객중 상당수는 후보지지자들이었다. 특히 일부 방청객은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비판적이거나 날카로운 질문이 나오면 즉석에서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포럼은 의사개진이 우선 자유로워야 한다.
▲안교수=TV토론회가 고비용정치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이미 후보로 선출된 사람과 아직 그렇지못한 사람을 구별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군소후보는 이런 자리가 아니면 자신을 알릴 기회가 없다.
▲김교수=정치신인이 언론매체를 통해 급성장할 기회는 별로 없다. 이런 관점에서 그동안 잘알려지지 않은 사람에게 유리한게 포럼이다. 오랫동안 정치활동을 해온 사람일수록 흠집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미디어정치는 시대적 대세지만 자칫 너무 많은 정치신인이 양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위원=각 후보가 실력이 있는지, 솔직한지 등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상당부분 드러났다. 선택과 판단은 국민이 하는 것이지만 후보 본인에게도 자성의 기회를 마련해 준 측면도 있을 것이다.
▲박변호사=패널리스트 선정과 토론준칙 등에 대한 개선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포럼은 국민들에게 상당한 정치 교육효과가 있었다. 신문이 포럼에서 제기된 각 주자들의 문제점을 심층취재·보도하면 유권자들의 판단이나 선택에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번 포럼에선 패널리스트를 3개팀으로 구성했는데 패널팀간의 부조화를 지적하는 시각도 있었다. 패널을 한팀만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인 것같다. 패널리스트 구성은 언론인과 전문인을 각각 절반씩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같다.
▲유위원=시민포럼이 끝난 뒤 주변에서 들은 얘기를 전하겠다. 패널이 지나치게 공격적이었고 후보들에게 답변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개최되는 미디어토론은 어느 정도 인사청문회적 성격을 띨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이번 포럼을 통해 실력없는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토론진행의 형평성 유지를 위해 철저한 토론준칙적용이 필요하다.
▲안교수=패널리스트는 전문성을 고려해 선정돼야 한다고 본다. 패널팀은 2개팀 정도가 좋을 것 같다. 이번처럼 한국일보와 SBS가 공동주최할 경우 패널리스트선정과 토론준칙마련을 위한 공동기구를 구성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위원=92년 14대 대선을 앞두고 열린 관훈토론회에선 한 패널팀이 모든 후보를 다 맡았다. 보다 효율적인 토론이 되도록 백화점식 질문을 극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토론의 주제도 중요한 순서로 압축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김교수=TV토론은 후보간 토론이 진수이다. 미국 정당의 경우에도 당내 경선전에 8∼9명 주자들이 뛰지만 후보간 토론이 실현 되도록 유도한다. 각당의 후보가 확정된 이후는 물론이고 경선전에도 후보간 토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이위원=이제 우리도 미디어정치를 본격적으로 활성화하는 방안을 생각할 때가 됐다고 본다.
▲유위원=이번 시민포럼의 시청자 점유율은 생각보다 높았다. 평균 20%이상을 기록했고, 30%대에 육박한 경우도 있었다. 국내 TV시청률은 전국적으로 일반가정 270여가구에 설치된 피플미터로 측정하고 있다. 때문에 시청률 측정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시청행태도 주야간에 따라 많이 다르다. 야간에는 대부분 가정에서 시청한다. 그런데 주간에는 자영업자와 직장인들이 많이 본다. 시청점유율이 20%를 넘었다는 것은 대단한 수치다.
▲안교수=열려있는 공개토론의 장으로서 미디어를 활용하는 정치토론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 그러나 후보가 미디어의 비위를 잘 맞추면 인기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박변호사=미디어정치의 역기능도 있지만, 현재의 수준으로는 후보의 기초적인 자질이나 검증의 자리로 더욱 활성화 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토론을 성사시키기 위해 신문사나 방송사가 후보를 개별적으로 접촉, 승낙을 받아내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봐주기식」물밑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김교수=미디어를 통한 후보 검증작업은 더욱 강화 돼야 한다. 그러나 자질검증이 막연한 형태로 이뤄질 경우 후보가 토론장을 검증받는 장소로 보기 보다는 오히려 정견발표 및 자신을 홍보하는 장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이위원=고비용 저효율 정치구조를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이러한 반성이나 시정의 하나로 좋든 싫든 미디어정치를 더욱 활용해야 한다. 이제는 극심한 교통난 때문에 대규모 유세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이번 포럼은 최선의 방식은 아니었지만 국민에게 많은 것을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잘하고, 예상질문을 외워서 나오는 등의 거품후보를 어떻게 걸러내느냐가 미디어정치를 뿌리 내리는데 관건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박변호사=후보의 진짜 모습을 알려면 명실상부하게 후보간 토론이 정착돼야 한다. 이번 포럼이 후보간 토론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위원=초청토론자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은 사전준비를 잘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선 진지한 태도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짓말을 해서도 안된다.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토론자도 더러 있었다. 이번 포럼은 주자들이 많아서 자질검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후보가 확정되면 포럼의 모양새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과거보다는 미래, 쟁점보다는 정책점검 방향으로 가야한다.
▲안교수=이번 포럼이 네거티브방식으로 진행된 것은 잘했다고 본다. 세부적으로는 토론자의 약점이나 강점, 쟁점이나 정책적 대안, 순발력 등으로 항목을 나눠 질문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박변호사=초청토론자는 어느 경우에도 질문을 회피하지 말아야 된다. 엉뚱한 방향으로 돌려서 대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동문서답 하는 것은 참 답답할 것이다.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
▲유위원=미디어정치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영상매체가 팩트(사실)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인쇄매체는 이 사실에 대한 분석과 검증을 하는게 바람직하다.
▲이위원=초청토론자가 패널리스트와의 「전투」에서 이기려 하는 자세는 지양돼야 한다. 있는 그대로 얘기하고 판단을 구하면 된다. 토론에서 한 말은 기록에 남겨지고, 반드시 책임을 져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명심해야 한다.
▲김교수=방송매체를 통한 후보검증이 좋은 결실을 맺으려면 결국 시청자 스스로가 토론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과 정보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화면에 나오는 「포장된 모습」에 현혹되고 검증의 주체가 아니라 홍보의 객체로 전락할 위험성이 높다. 주요현안에 대한 고급정보를 축적한 독자와 시청자가 많을 때, 미디어정치는 건강한 민주주의의 구축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정리=장현규·김성호 기자>정리=장현규·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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