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논리따른 대표적 사례” 착공부터 주먹구구식/국가예산 막대한 탕진불구 책임지는 사람은 없어경부고속철도의 부실공사 공기지연 등 정책실패에 따른 손실이 3조∼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관계 전문가들은 14일 『추가적인 사업비지출 외에 정책실패에 따른 손실이 3조∼4조원에 달하고 공사가 예정대로 됐을 경우와 비교했을 때의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전체 손실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부고속철도의 부실시공은 이런 측면에서 가장 대표적인 정책실패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경부고속철도 건설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초기에 사업비를 주먹구구식으로 산정한데다 경제적 타당성조사나 기술적 검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공사를 시작했다.
정부가 경부고속철도 사업비를 17조∼19조원가량으로 늘려잡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상사업비」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얼마가 더 늘어나게 될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잦은 설계·노선변경 등 일관성없는 공사추진과 부실시공 등이 앞으로도 두고두고 재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부고속철도 사업비가 종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것은 태생부터 경제적 타당성이나 기술적 검증과는 거리가 멀었고 순전히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임기내 착공」이란 정치논리를 관철시키기 위해 시작됐기 때문이다. 고속철도공단 관계자는 『91년 책정·발표된 최초 사업비 5조8,524억원은 단순히 일반철도 공사비에 30%를 더해 산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테제베(TGV)나 일본의 신칸센은 7∼10년간 준비끝에 공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경부고속철도는 89년 건설 타당성을 검토한 지 1년만에 노선이 확정됐고 2년간 졸속으로 실시설계를 해 92년 6월에 시험선구간 4개 공구를 서둘러 착공했다. 이들 구간의 노반공사는 계약조건상 착공후 4년3개월뒤인 96년 9월에 끝내도록 돼 있다. 그러나 준공은 커녕 부실시공으로 부실책임공방을 벌이고 있고 보수공사까지 마치려면 공기지연은 불가피하다.
「벼락치기 공사」는 두고두고 엄청난 공사비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차종이 선정되기도 전에 이뤄진 설계, 설계검증이나 시방서대로 시공되는지를 감독하는 책임감리제도의 부재 등은 돌발적인 사업비 증액요인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상리터널의 경우만 보더라도 정확한 지질조사를 하지않아 공사비 117억원을 날렸다. 용지비 33억원, 터널공사비 57억원, 안전진단비 14억원, 실시설계비 13억원 등을 투입, 공사에 들어간 뒤에야 폐광갱도가 나타나 노선을 바꾸게 된 것이다.
경주노선 변경도 95억원의 사업비를 탕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해 상반기에 착공할 예정이었으나 문화계와 주민들의 반발로 노선을 바꾸게 된 것. 이로인해 실시설계와 환경영향평가, 기초조사 등에 들어간 95억원만 날렸다. 이밖에도 대전·대구역사 지하화로 1조원, WJE사에 안전점검용역비 26억원 등도 예상치 못했던 사업비였다.
92년 6월 착공후 96년말까지 경부고속철공사에 투입된 사업비는 1조8,800억원. 이 가운데 설계 및 노선변경에 따른 손실만 이미 250억원이 넘고 앞으로도 민원을 해결하느라 들어간 간접비용이 5,000억원, 공기지연으로 이미 생긴 이자부담과 앞으로 발생할 추가이자부담이 최소한 2조∼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정책 부실로 3조∼4조원을 낭비하는 셈이다. 이처럼 엄청난 국가예산을 탕진했는데도 아직까지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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