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 생존하고 있는 한국인 위안부 「훈」 할머니(73)의 인생유전은 마음을 저리게 한다. 고국을 등진 54년동안 할머니가 겪었을 인고를 생각하면 그동안 우리가 무엇을 했나하는 자성과 함께 정신대 진상 및 실태조사의 중요성을 통감하게 된다.54년동안 할머니가 당한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18세란 어린 나이에 「일본군의 성의 노예」로 끌려가 육신이 찢기고, 그것도 부족해 캄보디아 내전으로 자식을 잃는 단장의 슬픔까지 맛보아야 했다. 한민족은 물론 정신대할머니들이 당한 모든 고통을 훈할머니 한몸에 모아놓은 듯하다.
이같은 훈할머니의 뼈를 도려내는 통한의 세월을 일본은 어떻게 보상할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덕적 책임만을 인정, 민간기금에 의한 보상이란 해괴한 방법으로 국가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로는 가늠할 수도 없는 정신대할머니들의 아픔을 보상할 수도 치유할 수도 없다.
한국 중국 필리핀 등에서 20만명 정도가 끌려간 것으로 알려진 정신대의 진상은 아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이 한국인이며 일본정부가 이의 동원에 관여했다는 사실 외에는 현재 몇명이 생존해 있는지조차 불분명하다. 정신대할머니들은 고령이라 생존자가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정부는 반세기 이상의 세월이 흘러 정신대 생존자들이 500∼600명에 불과하고 평균 연령이 73세의 고령이며 관계자료를 독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상을 흐리고 있다. 유엔인권위원회가 국가보상을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는 듯한 몰염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정부는 이같은 태도를 버리고 전후처리를 똑바로 한다는 차원에서도 정신대의 진상 및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 차라리 민간기금으로 보상보다는 진상 및 실태조사 등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동안 일본정부는 이를 위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없이 강조해 왔지만 정신대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않고는 일본은 침략전쟁의 멍에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국정부의 책임도 크기만 하다. 그동안 정부는 정신대문제에 관한한 소극적이었다. 아니 보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거나 민간단체가 앞장서면 마지못해 뒷북을 치는 정도였다. 한국정부의 태도가 이러할 때 일본정부만도 나무랄 수 없는 실정이다.
아직도 얼마나 많은 정신대할머니들이 동남아시아나 남태평양 고도에서 고국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캄보디아의 훈할머니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제2, 제3의 훈할머니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정부는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외교력을 총동원해 정신대 진상 및 실태조사를 서둘러야 한다. 고령인 정신대할머니들의 인생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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