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집단행동 움직임 ‘제3차파동’ 조짐/재경원 증감원 보감원서도 거센 불만표출/‘기관장 4인 심야 밀실타협’ 후유증 클듯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과 이경식 한국은행총재 김인호 청와대경제수석 박성용 금융개혁위원장 등 금융수뇌 4인의 「심야밀실회동」에서 마련된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에 대한 반발과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의 최종개편안은 14일 대통령보고를 마치고 막바지 문구조정만 남은 상태이나 공론화없이 급조된 「기관장간 타협안」이란 거센 비판을 받고 있어 감독권 논란은 87∼88년과 95년에 이은 「제3차 한은법파동」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한은은 합동검사·검사요구권 보장을 골자로 한 정부안에 일제히 반발하며 「집단행동」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한 당국자는 『합동검사든 검사요구든 자율적 감독권이 보장되지 않는 한 효율적 통화신용정책 수행과 은행건전성 지도는 불가능하다』며 「정부안 수용불가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은노조는 검사기능이 분리될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4, 5급직원 60여명은 이날 별도모임을 통해 반대성명준비 등 「집단적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한은간부와 직원들은 『합동검사 및 검사요구권에 이총재가 동의했다면 그것은 한은 전체입장을 무시한 것』이라며 이총재의 거취문제까지 거론하고 있는 상태다.
재경원 역시 『합동검사제는 한은감독권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그동안 주장해온 감독권일원화 원칙을 스스로 깨뜨렸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감독체계 개편문제가 실무라인을 배제한 채 강부총리의 독단적 결정으로 진행되고 최종안 작성조차 통상적 입법관행을 깨고 청와대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같은 한은과 재경원의 동시반발에 대해 양기관 실무진들은 『합의안 도출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잉태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 최종안이 마련될 때까지 재경원-한은간 접촉은 2차례의 4인 심야회동이 전부였고 실무선의 공식접촉은 단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기관장들은 서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심야비밀회동」을 가졌고 대통령보고 일정에 쫓겨 충분한 실무협의없이 기관장끼리 윤곽만 「전격합의」해버렸다.
나중을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합의로 정부안에는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있다. 최대쟁점사항인 합동검사·감독요구권만 해도 재경원과 한은간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커 향후 입법화과정에서 두고두고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감독권 문제가 충분한 토론을 거친다고 합의가 이뤄질 사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국금융과 경제의 장래를 좌우할 중차대한 문제를 공론화 과정없이 밀실에서 급조할수는 없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한편 감독체계개편 반대움직임은 증권·보험감독원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증감원 고위간부(부서장급)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통합감독원 설립반대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은행 보험 증권 등 3개 감독원노조들은 17일부터 성명 궐기대회 가두투쟁 등을 통해 감독권통합 반대운동을 본격화하기로 했다.<김동영·김경철·이성철·조철환 기자>김동영·김경철·이성철·조철환>
◎청와대 ‘이례적 개입’ 까닭은/김 수석,최종안 합의 적극 역할·내용도 직접정리/“재경원한은 관계감안”속 “통치권 부담” 우려도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16일 발표 예정인 금융개혁 정부최종안 마련과정에 깊숙히 참여하는 등 과거 정책수립 때와 상당히 다른 자세를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일반정책은 물론이고 특히 이해당사자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은 「꼬일」경우 그 책임의 화살이 곧바로 대통령으로 돌아가기때문에 청와대는 가급적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상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김인호 경제수석은 강경식 부총리 겸 재경원장관, 이경식 한은총재, 박성용 금융개혁위원장과 함께 그동안 두차례 열린 「4자회동」에 참석, 금융개혁 최종안 합의도출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또 14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회동의 합의내용을 직접 정리(보고는 강부총리)했다.
금융개혁 정부최종안도 앞서 추진한 다른 개혁안처럼 「핫이슈」다. 벌써부터 한은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그러면 경제수석실은 왜 위험을 감수하고 나서는 걸까. 우선 재경원 금융정책실이 비록 뛰어난 「전문가그룹」이지만 금융개혁의 방향에 따라 자신들의 이해득실이 크게 엇갈리는 이해당사자인데 한은과 워낙 「앙숙」이어서 불필요한 오해와 불만을 자초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여기에 경제수석실은 금융개혁이 시급한 과제이고, 또 대통령의 재임시, 특히 집권당의 차기대권후보가 결정되기이전에 법제화하겠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경제수석의 직접개입은 자칫 대통령의 통치력 약화로 이어져 국정운영에 주름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의욕이 너무 앞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김경철 기자>김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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