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목 사이로 눈부신 풀들/삶과 죽음이 바로 이런 것인가몇해 전 이른 여름 소백산을 오른 일이 있다.
산정에 다 이르러서였다. 눈이 부신 연초록으로 덮인 산비알 한 중턱에 부스럼처럼 박힌 고사목들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수종도 크기도 다른 100여 주의 나무가 하얗게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생전에 서로 꽃도 잎새도 달랐을 그 나무들이 똑 같은 모습으로, 더구나 새파랗게 살아나고 있는 나무와 풀 사이에서 하얗게 죽어가고 있는 데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무슨 얘긴가를 남기고 싶은듯 땅 위에 썩은 몸통을 반쯤 누이거나 하늘을 향해 메마른 가지를 뻗고 있었지만, 풋풋하게 물이 올라 싱그러운 나무와 풀들은 저희들끼리 웃고 떠들고 재재발거리기만 할뿐 고사목들에 대하여는 알은체도 않는 것같았다. 저것이 바로 삶이고 죽음이다,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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