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건설 사업비가 당초 예상했던 5조8,000억원에서 3배 이상 늘어난 18조원을 웃돌고 완공시기도 2002년에서 2년 이상 지연될 것이 확실해졌다. 그나마 사업비나 완공시기도 유동적이어서 사업비가 20조원을 넘어서고 완공시기도 더 늦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경부고속철도건설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셈이다. 개탄만 할 때도 지났다. 상상을 초월하는 사업비증가나 공기의 지연은 경부고속철도의 장래에 대한 본질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함을 의미한다.우선 정부가 추산한 18조원은 경부간 4차선고속도로나 일반철도를 4개씩 놓고도 남는 금액이다. 과연 경부고속철도를 예정대로 건설했을 때 수송력이나 경제적 파급효과면에서 고속도로나 일반철도의 건설보다 경제성이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다음으로는 막대한 자금의 부담을 국민 경제가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점이다. 우리는 이미 2002년 월드컵대회를 유치한데다 영종도국제공항 건설 등 막대한 사회간접자본(SOC)투자가 진행되거나 추진되고 있어 천문학적인 재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18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했을 경우 경부고속철도가 완공되더라도 항공편이나 도로교통수단에 대해 경쟁력있는 운행이 가능하냐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운행요금을 항공료 이상으로 크게 올리지 않으면 매년 엄청난 적자를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경부고속철도가 완공될 2004년 이후에는 현행 바퀴식 열차가 낙후된 기술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그때쯤이면 프랑스 일본 등에서 실험단계를 벗어나고 있는 시속 400∼500㎞의 자기부상열차가 실용화단계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상의 의문과 우려에 대해 정부는 정권을 초월한 냉철한 대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대안이든 국민적 공감을 얻어야만 한다. 졸속 대응책은 안된다. 또다시 경부고속철도 문제에 대한 시행착오가 나타난다면 경부고속철도는 국민경제와 국가발전을 가로막는 씻을 수 없는 짐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책임문제는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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