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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빚더미운행’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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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빚더미운행’ 불가피

입력
1997.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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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는 ‘눈덩이’… 개통해도 ‘저속철’/요금·주파시간 고려땐 경제성 없을듯경부고속철도 공사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빚더미운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부고속철도 사업비는 91년 최초 사업비 계획상 5조8,400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다 2년만에 물가상승 등을 이유로 10조7,400억원으로 대폭 늘어났고 또다시 4년만에 최고 19조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19조원이면 서울―부산간 4차선 고속도로 4개와 지금과 같은 경부선 철도 4개를 건설할 수 있는 막대한 돈이다.

정부는 93년 사업비 조정때 10조7,400억원으로 늘어나더라도 개통만 되면 4년만에 흑자를 내고 16년뒤에는 부채를 모두 갚을 수 있다고 장담했었다. 하루 30만명으로 예상한 고속철 이용객이 서울―부산간 항공료의 70%수준을 부담할 경우 운영비와 정비비를 제외하고도 매년 4,000억원의 수익이 발생한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사업비가 17조∼19조원으로 늘어나게되면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요금을 항공요금의 1.5배가량으로 올리던지 매년 적자를 감수하며 운행할 수 밖에 없다. 하루 30만명이 이용할 지도 의문이다. 경부고속철은 당초 서울―부산간을 시속 213㎞로 달려 1시간56분(대전·대구정차시)만에 주파할 것을 전제로 도입됐었다.

하지만 대전·대구역사가 지하화하고 경주노선이 우회노선으로 바뀌고 더욱이 대구―부산구간을 기존 철도를 전철노선으로 개량해 이용하게 될 경우 서울―부산간 주파시간이 최고 3시간까지 걸릴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대구―부산간 기존 철도를 고속철도로 개량한다해도 곡선구간이 많기 때문에 잘해야 시속 150㎞밖에 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속철도라는 이름이 무색해지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항공료보다 비싼 요금을 부담하면서 3시간 가까이 걸리는 고속철을 누가 이용하겠느냐는 것이다.

국가예산과 해외차입금으로 건설한 경부고속철도가 만성적인 적자운행을 지속, 부채를 상환능력을 상실할 경우 결국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온다. 고속철도 사업비의 45%를 국고에서 지원하게 돼있고 나머지는 운행수익으로 갚는다는 계획이었으나 운행수익을 내지못하고 적자만 낼 경우 국민세금으로 충당할 수 밖에 없게된다.

이처럼 「단군이래 최대공사」로 불린 경부고속철도가 「국가적인 애물단지」로 전락할 지경에 이른 것은 도입당시 「무조건 도입해야한다」는 전제하에 짜맞추기식으로 예산을 짜고 무리하게 강행했던데서부터 비롯된다. 적은 예산으로 강행하다보니 시험선구간에서 입증됐듯이 부실공사가 이뤄질 수 밖에 없었다. 경제성을 상실한 경부고속철도 사업을 지금이라도 전면 재검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유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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