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 안도와준 남편/아내 가사소홀 이유로 이혼청구 할수없다”

◎서울가정법원 판결「가사분담 요구를 묵살한 남편은 아내가 집안일에 소홀하다는 이유로 이혼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 서울가정법원 가사5단독 이승량 판사는 13일 남편 정모(36)씨가 아내 전모(29)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 기각했다.

94년 중매결혼한 정씨부부의 불화는 남편 정씨의 이른 출근시간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출근시간이 상오 7시인 S전자회사 과장인 정씨는 상오 5시30분에는 일어나야 했지만 아내가 늦잠을 자며 출근준비를 해 주지 않았던 것. 이에 정씨가 불만을 토로하자 아내 전씨는 『집안일을 도대체 도와주지 않는다』고 역공, 말다툼이 잦아지면서 갈등이 깊어졌다. 불화는 아내가 아이갖기를 거부하면서 격화, 결혼생활 2년만인 지난해 4월 급기야 별거하기에 이르렀고 남편은 『아내가 남편의 출근도 챙겨주지 않고 가사에 소홀해 더 이상 결혼생활을 지속할 수 없다』며 이혼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집안일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아내의 책임도 있지만 원고의 출근시간이 다른 사람들보다 상당히 이른 점을 고려해 퇴근후 집안일을 도울 수 있는데도 아내를 배려해 주지 않은 남편의 책임이 더 무겁다』고 기각했다.<이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