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대선주자들은 한달에 어느 정도 돈을 쓰고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면 약속이라도 한듯 2,000만∼3,000만원이라고 말하고 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렇고 TV로 생중계되는 토론에서도 한결 같다. 이들이 이 액수를 말하는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저 한사람이 2,000만∼3,000만원 정도라고 먼저 말하니까 이 액수가 가이드 라인 비슷한게 된 모양이다.대선자금을 공개하기 어렵다는 김영삼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하는 주자나 기회가 닿으면 대선자금의 진상을 좀 더 파헤칠 필요가 있다는 주자나 자신의 씀씀이에 질문이 미치면 답변은 똑같다. 조달방법을 묻는 질문에도 답변은 대동소이하다. 후원회를 통한 후원금과 친구나 지인들이 조건없이 도와주는 돈으로 충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자들의 씀씀이를 어느 정도라도 알고있는 사람이라면 이들의 얘기를 믿지 않는다. 여당의원들의 한달 평균 지구당 유지비가 2,000만원 안팎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일이다. 수많은 대의원을 접촉하고 전국의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는 신한국당 대선주자들이 한달에 고작 의원들 정도의 돈만을 쓴다는 것은 정말로 소가 웃을 일이다. 신한국당 대선주자중 상당수는 여러개의 사무실을 운영하고 심지어는 전속 코디네이터까지 대동하고 다닌다. 전문직 출신의 고급인력들이 측근이나 참모에 다수 포진해 있음은 물론이다.
신한국당 대선주자들은 이번에야말로 돈 안드는 선거를 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물론 옳은 얘기이고 이번 만큼은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조그만 얘기부터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 자신들의 활동비조차 떳떳이 밝히지 못하는 이들에게서 대선자금 공개를 요구하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없다. 신한국당 후보경선은 대선의 초반전이다. 초반부터 자신의 씀씀이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는 이들에게서 이번 대선자금의 투명성을 기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작은 거짓말은 이내 큰 거짓말을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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