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한지 갈아주면 평생사용 가능여름은 부채의 계절. 살랑살랑 흔들어만 주면 냉방병 없이 시원한 여름을 나게 해주는 부채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를 점령했다. 태극선에서부터 둥근 부채, 은행나무잎 모양의 부채까지 다양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스페인 부채처럼 합죽선 형태에 종이를 위쪽만 조금 붙인 것이 있는가 하면 아예 그림을 인쇄해 넣은 합죽선 형태도 있다. 합죽선 중에는 종이를 한쪽만 붙여 다른 쪽은 대나무살을 드러낸 「한국형」말고 종이를 두겹으로 발라 대나무살을 감춘 「중국형」도 등장했다. 올들어서는 특히 대나무 살의 결이 반쯤 보이는 「반월선」이 주황 분홍 연두 등의 고운 한지를 붙이고 많이 나와있다. 가격은 어느 것이나 1,000원에서 4,000원선.
정성이 들어간 것은 가격이 올라간다. 옛날 그림에 제갈공명이 즐겨드는 물결무늬의 부채는 1만원∼1만 8,000원. 나무로 손잡이를 하고 양쪽으로 갈색 종이를 붙인 이 부채는 이름하여, 산에서 꽃향기가 내려온다는 「화봉선」이다. 분홍 연두 주황의 색부채에 전통문양을 검은 종이로 오려붙인 「색지선」은 1만8,000원. 통대를 갈라 초대형으로 만든 「통부채」는 1만5,000원이다.
제대로 된 전주 합죽선은 2만원에서 15만원까지도 한다. 20㎝ 길이로 여자 핸드백 안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싸다면 45㎝ 길이의 작품용이 가장 비싸다. 30㎝길이의 보통 것은 대나무 마디 수에 따라 2,300원에서 4만3,000원. 마디가 많을수록 고급이다. 합죽선은 말 그대로 대나무 껍질쪽만 얇게 펴서 두겹을 붙여 만든 것. 홑겹으로 한쪽은 껍질쪽이, 한쪽은 속쪽이 나오는 것은 홑죽선이라고 불린다. 홑죽선 가격은 보통 부채와 비슷하다.
합죽선이 좋은 것은 오래 쓸 수 있다는 점. 낡아진 한지만 새것으로 바꿔주면 평생도 쓸 수 있다. 서울에서는 유일하게 합죽선의 한지를 갈아주는 인사동 경일한지백화점 사장 오경표(56)씨는 『30년도 넘은 부채를 들고와서 종이를 갈아가는 고객도 있다』고 들려준다. 판소리꾼 박동진옹도 바로 이곳의 단골. 오씨는 또 『합죽선에 그림을 그리기 힘들다고 아예 다른 종이에 그려서 붙여 달라는 손님도 있다』고 말한다. 종이를 갈아주는 값은 5,000원.<서화숙 기자>서화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