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7월8일 파키스탄을 순방중이던 키신저 미 대통령보좌관이 주무장관인 로저스 국무장관까지 「물을 먹인채」 파키스탄 대통령 전용기를 빌려타고 베이징(북경)으로 잠행, 죽의 장막을 열어 제친 직후였다. 서울의 투기과열지구 말죽거리엔 「키신저복덕방」이란 이름의 복덕방이 문을 열었다. 키신저의 신출귀몰한 수법처럼 토지거래를 알선하겠다는 뜻이 상호의 작명동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몇년전인가에는 행인들의 시선을 끌려고 상점의 간판을 거꾸로 매단 업소에 법원이 어린이에게 위해하다며 시정을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튀는 상호나 광고는 두 말할 필요없이 고객이나 소비자의 눈길을 끌겠다는 상술이다. ◆최근 국내 일부 제과업체가 껌광고에 히틀러를 등장시키자 주한 독일대사관이 시정을 요구하는 일이 있었다. 대사관측이 외무부에 보낸 공한에는 『반인류범죄자인 히틀러가 광고에 등장함으로써 과거를 못잊는 희생자에게 불필요한 슬픔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당국이 이 요청대로 광고를 자제토록 했음은 물론이다. ◆얼마전엔 주한 터키대사관도 매음행위로 말썽이 난 터키탕의 상호에 대해 외교경로를 통해 항의를 제기한바 있었다. 당국은 터키측의 항의가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 이를 증기탕으로 개명했다. ◆지금은 인터넷의 대중화시대이다. 초고속정보화시대에 남의 이목은 접어둔채 내 욕심만 차리려 하다가는 창피당하기 십상이다. 국제간의 명예나 신의도 역지사지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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