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할머니들을 좋아한다. 치료를 하는 동안 그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후의 할머니들의 삶에 대해 묻는 내게 그들의 대답은 예외없이 『혼자되니 너무 행복해』다. 그들의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못했던 것이다. 할머니들은 결혼을 했던 것이 아니라 다만 「시집을 갔을뿐」이었다. 남성중심의 문화 속에서 아들을 낳아야 했고 아버지 남편 아들을 섬기라는 삼종지도의 법도를 따르도록 강요당했다. 성과 이름은 어디에고 쓸모가 없었으므로 결혼후 남편의 성씨로 바꿀 필요조차 없었다. 그녀들에게는 남편의 「씨」를 자신의 「밭」에 받아 아들을 생산해야 할 의무가 있었으며 아들을 못낳는 것은 가문에 대한 범죄행위였다.어떤 마을에 딸 아홉을 낳고 아들을 낳은 부부가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을 얻었다고 한밤중에 이웃집문을 두들기며 자랑을 했건만 그 아들은 커서 자기만 아는 이기심때문에 아내와 자식들에게 따돌림을 받고 있다. 그의 아내 역시 혼자되면 『너무 행복해』라고 외치지 않겠는가. 이처럼 남존여비 남아선호가 있는 곳에 이기적인 귀남이가 있고 가정내 성차별이 있고 사회의 성차별로 발전해 민주사회로의 발전을 방해한다.
여자는 생명을 탄생시키는데 필요한 절반의 씨앗인 난자를 생산한다. 남자 역시 절반의 씨앗인 정자를 만든다. 난자의 존재를 알 수 없었던 우리 선조들은 절반의 씨앗일 뿐인 남성의 정자를 콩,팥과 같은 완벽한 종자로 착각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러한 무지가 남존여비 남아선호를 부추겨왔다. 태조 이성계가 왕권 강화를 위해 딸들에게 강요했다는 시집가기, 양쪽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 집안의 하부구조로 여성이 편입할 것을 요구하는 부가입적법, 식민지 수탈을 쉽게 하기위해 일본이 도입했다는 남자 우선의 호주제, 남자만이 씨앗을 생산한다는 무지가 법의 근본정신인 동성동본금혼법과 국적법, 아버지의 성만을 물려주도록 하고 있는 민법, 남자 집안 조상만을 섬기도록 하는 명절….
이러한 법과 제도와 관습이 계속 「남자는 씨, 여자는 밭」이라는 무지와 함께 하는 한 여아낙태로 인한 성비파괴를 막기위해 「딸사랑운동」을 펼친다는 정부의 계획은 독재정권 시절의 「스마일운동」만큼이나 공허하다. 「이기적인 귀남이」의 대량생산 역시 중단되지 않을 것이며 이들이 존재하는 한 여성의 남성에 대한 불평 역시 끊이지 않을 것이다. 남성들이여. 사후에 아내가 당신을 오랫동안 그리워하기를 바란다면(한국 여성이 평균 과부 연한은 14년이란다) 건강을 해치는 밤의 문화에 바치는 돈과 시간과 정력을 「이기적이어서 미움받는 귀남이」를 방지하는 법, 제도, 관습을 개선하는데 여성과 함께 힘쓰는 것이 어떨까.
고은광순씨는 55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우면동에서 홍명한의원을 개원하고 있는 한의사이며 여한의사회 편집장이다. 부모성 함께 쓰기 운동 간사를 맡고 있으며 이에 적극 동조하는 남편 정이동건, 시부모님, 아들 둘과 함께 잠원동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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