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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력’과 정의/남경욱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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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력’과 정의/남경욱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7.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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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종군위안부는 일본군의 성적 노예였으며 강제노동을 금지한 국제노동기구(ILO)협약에 위배된다』 지난 3월 ILO 협약·권고적용 전문가위원회는 일본이 2차대전 당시 점령국가의 종군위안부를 동원한데 대해 이같이 결론을 내리고 이 문제를 97년도 ILO총회에서 정식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보고서를 마련했다.국내 노동관계자들은 ILO총회에서 종군위안부 문제가 정식의제로 채택될 경우 배상을 회피하는 일본에 대한 국제적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3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ILO총회에서 이 문제는 정식의제로 채택되지 않았다. 의제채택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적용위원회 근로자그룹에서 이 문제를 내년에 재론키로 했기 때문이다. 회의장 주변에선 이같은 결정 배경에는 일본의 「엄청난 로비」가 있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일본은 ILO 예산의 13.5%를 분담, 미국(25%)에 이어 두번째로 큰 돈줄이다. 우리나라는 160개 회원국의 평균 수준인 0.81%(18위)를 분담하고 있다. 국제단체의 경우 분담금과 발언권이 정비례하는 것은 관례일 수 있다.

근로자그룹의 논의에 앞서 있었던 국제자유노련(ICFTU)의 사전조율과정에서 국제자유노련에 가장 많은 돈을 내는 일본노총은 종군위안부 문제가 의제로 채택될 경우, 탈퇴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반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때문에 국제자유노련 사전조율에서는 종군위안부 문제가 예비리스트에서도 빠질 뻔 했으나 한국노총이 ILO총회 개막 직후 강력히 밀어붙여 그나마 「내년에 다시 논의한다」는 절충안이 채택됐다는 것이다. 국제회의에서조차도 「금력이 정의」가 되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혼란스런 우리나라의 현 실정을 다시 생각해 봤다. <제네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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