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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말리는 ‘재벌싸움’/차 보고서­삼성·기아/아셈호텔­현대·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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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말리는 ‘재벌싸움’/차 보고서­삼성·기아/아셈호텔­현대·무협

입력
1997.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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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유화­효성·동부/정권말기 불황 구조조정 맞물려 사사건건 충돌 법정비화 예사국내의 대표적 대기업들끼리 마찰을 빚어 법정으로까지 번지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재계의 집안싸움이 최근 부쩍 잦아지고 있다. 정권교체기와 산업구조조정이라는 격변기에 재계가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치는 과정에서 불거진 재벌의 충돌은 양보할 수 없는 정면승부로 치닫고 있다.

최근 재벌간의 충돌을 부른 현안은 자동차산업 구조조정과 아시아유럽정상회담(ASEM)기반시설 운영권 대한유화문제 등이다.

우선 삼성의 자동차산업구조개편보고서를 놓고 벌어진 자동차업계의 충돌은 7일 기아가 삼성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서울지검에 진정함으로써 법정으로 비화된 상태.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노동계 부품업계 등으로 일파만파의 파장이 번지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오리무중이다. 수습을 위한 12일 전경련회장단 회의도 최종현 회장은 물론 당사자인 이건희 삼성 회장 김우중 대우 회장 등이 불참해 불발에 그쳤다.

현대와 무역협회는 2000년으로 예정된 아셈회의를 위한 기반시설중 하나인 호텔부지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현대측은 10일 무협이 호텔부지를 LG측 계열사인 한무개발과 임대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임대계약금지 가처분신청을 서울지법에 냈다. 현대측의 소송상대는 무협이지만 LG그룹이 한무개발의 지분 40%를 가지고 있어 현대와 LG간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현대와 LG는 각각 한무쇼핑과 한무개발의 경영권을 연고로 아셈기반시설중 가장 알짜배기로 알려진 호텔의 민자사업자선정에 뛰어들었으나 무협이 한무개발을 손들어 주자 현대측이 구평회 무협회장과 LG와의 특수관계를 들어 물고 늘어진 것이다.

한동안 현대측이 추진하던 사무실 상가복합시설인 갤러리아사업권은 협상결렬로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무협의 자회사인 공항터미널로 돌아갔는데 이에따라 공항터미널의 제2대주주 금호그룹도 이 싸움에 말려들 가능성이 있다.

법정관리중인 대한유화 지분을 놓고 법정으로 번졌던 효성그룹과 동부그룹의 공방전은 11일 서울지법이 효성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일단 마무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경영권을 둘러싼 승부는 이제부터라는 게 정설이다. 효성과 동부는 각각 14.5%와 10.2%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여서 재경원이 매각을 위해 성업공사에 넘긴 32.7%지분을 놓고 2라운드를 벌일 것이라는 예상때문이다.

대한유화는 현재 법정관리중이지만 최근 흑자를 내면서 경영이 정상화하고 있고 화학산업의 핵심으로 불리는 나프타분해사업을 하고있기 때문에 양사는 경영권확보를 위해 치열한 공방을 피할 수 없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권교체기와 산업구조조정으로 재계전체가 구조개편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불황까지 겹쳐 대기업간 분쟁이 사활을 건 승부가 될 수 밖에 없고 앞으로 이런 충돌은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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