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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의 전략/박찬식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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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의 전략/박찬식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7.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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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일본인은 왜 그렇게 사이가 안 좋은가. 서양사람들은 그게 늘 궁금한 모양이다. 한국일보 자매지 코리아 타임스(The Korea Times)는 「Thoughts of The Times」라는 오피니언란을 매일 싣고 있다. 이 독자 칼럼에는 우리나라에 와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한국과 한국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갖가지 의견과 시각이 반영되고 있어서 일반신문과는 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이 칼럼에 한일간의 갈등을 다룬 글이 곧잘 눈에 띈다.얼마전에는 「일본은 한국에 위협적 존재가 아니다(Japan is No Threat to Korea)」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필자 이름은 데이비드 레너드(David Lenard). 자유기고가로만 소개돼 있었다.

그 요지를 옮기면 이렇다.

「일본이 다시 한국을 침략할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한국사람들간에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이 가설은 공상과학소설만큼 비현실적이다.

1930년대 일본의 침략행위에는 두가지 요인이 있었다. 첫째 당시 일본정부가 군사정부였다는 점이다. 군사독재정권은 침략전쟁을 문제해결의 수단으로 선택하기 쉽다. 전쟁이 잘못되더라도 국민의 눈치를 살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국가는 침략전쟁을 선호하지 않으며, 분쟁을 전쟁이 아닌 외교로 해결한다. 2차대전은 독재국가들이 민주국가들에 도전한 전쟁이고, 이란―이라크전이나 독일의 러시아 침략은 독재국가끼리의 싸움이었다. 지난 150년동안 수백차례의 전쟁이 있었지만 민주국가간의 전쟁은 단 하나도 없었다. 한국과 일본이 민주국가인 한 한국은 일본을 위험하게 볼 이유가 없다.

둘째는 자원확보론이다. 제국주의 열강은 국가번영이 얼마나 많은 자원을 확보하느냐에 달렸다고 믿었다. 이것이 당시 군국주의 일본의 팽창정책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태평양전쟁후 일본의 역사는 이 생각이 잘못이었음을 반증하고 있다.

팽창주의는 이익보다 그 정책수행에 따른 비용이 훨씬 비싸다. 일본인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런 뻔한 이치를 모르고 있을 리 없다. 또 미국이 일본, 한국과 각각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한 일본의 한국 침략은 불가능하다. 미국의 이 방침은 한일 양국정부형태의 성격변화에 상관없이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이웃간의 평화는 논리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화해가 없으면 보장되지 않는다. 필자 레너드씨는 독일과 프랑스처럼 화해와 공동번영의 길을 찾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일본인이 진정으로 전날의 잘못을 사과하지 못하는 것은 한국이 더 넓은 마음으로 끌어안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영 동맹과 같은 한일동맹을 제안하는 사람도 있다. 영국식민통치에서 독립한 미국이 영국과 협력해 오늘 앵글로색슨의 세계제패를 성취했듯이 형제처럼 서로 닮은 한일 두 나라도 그런 관계를 추진해 보면 어떠냐는 것이다.

사실 소련이 동북아지역에 비워 놓은 공간을 어떻게 메우느냐는 문제는 한일 양국의 공동과제일 수도 있다. 이 명제를 잘 풀어 나가자면 두 나라 사람들이 더 친밀해지지 않고는 안된다.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가 그 하나의 단초일 수 있다. 우리가 공동개최를 받아들인 것도 거기에 뜻이 있었을 것으로 믿고 싶다. 유치과정도 훌륭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여론과 연대해 회장의 독단을 견제한 일이 대의를 세웠고, 남북분산개최 제안도 명분을 얻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인과 일본인이 「협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나아가 서로를 신뢰하게 될 수만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두 나라 역사의 위대한 진전일 것이다. 대선정국의 수라장을 벗어나 묵묵히 국가생존전략을 모색하는 젊은 정치인들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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