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자 한국일보 1면을 본 독자들은 모처럼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텁수룩한 수염속에 수줍은 미소를 띠고 있는 한 청년의 사진 때문이다. 3년 5개월간 지구를 한바퀴 반이나 돌고 개선한 요트맨 강동석씨. 그의 눈빛은 「철인 요트맨」이란 수식어가 오히려 버거울만큼 맑고 순수해 보였다. 그가 「모험정신」의 상징으로 교과서에 수록될 지 모른다. 정부에서 그의 얘기를 교과서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그는 무려 7만㎞의 바다를 헤맸다.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 중에는 소중한 젊음을 왜 망망대해에서 허비했는가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지만 그는 무모한(?) 항해를 통해 남들은 평생 경험치 못할 많은 것을 얻었음에 틀림없다. 혹독한 극기의 체험은 차치하고도 2평이 채 못되는 조그만 선실에서 느꼈을 절대고독, 요트를 부숴버릴듯 덤벼드는 파도 속에서 숱하게 되씹었을 죽음의 의미 등. 그는 교과서 속에서 이같은 값진 모험의 의미를 더 많은 청소년에게 들려줄 것이다.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면 참으로 가엾은 우리 젊은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가 돌아올 즈음 한국교육방송원(EBS) 비리가 보도됐다. EBS의 간부와 현직교사, 학원강사 등이 돈을 주고받으며 학생들을 담보로 부정한 장사를 해왔다고 한다.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들이다. 누가 교재를 쓰고 강의를 맡든 교육효과에는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을 담보로 어른들의 부정한 거래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게된 학생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어쩌면 이들은 일찍부터 학부모와 교사가 주고받는 촌지봉투에 대해 들었을지 모른다. 마침내 교육방송까지 비열한 거래에 가세했다는 사실 앞에서 그들은 얼마나 참담할까.
술과 담배, 마약과 폭력보다는 어른들의 부정한 욕심이 이들에게는 더욱 끔찍한 유해환경이다. 치유할 수 없는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 아이들을 담보로 하는 범죄는 사라져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정신을 지닌 제2, 제3의 강동석이 나올 수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