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 살인사건의 범인이 한국인인 것처럼 시사한 일본 TV대담의 출연자의 언동은 일본사람들의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의 심각성을 사실적으로 말해 준다. 관동 및 고베지진과 같은 민심이 흉흉한 사건이 발생하면 습관적으로 이같은 일이 터지지만 이번엔 그 도가 너무 지나치다.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의 목을 잔인하게 잘라서 버린 엽기적 살인범의 정신상태는 정상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살인자가 암시한 불확실한 말만을 근거로 마치 한국인이 범행을 저지른 것처럼 발언한 대담자들의 자세는 민족적 편견 이전에 방송인의 자세만으로도 놀라울 따름이다. 말의 폭력성으로 봐 그들도 범인의 정신상태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이번 살인사건에 대한 일본국민들의 관심이 대단히 높아 TV대담자들의 망언으로 재일 한국인들이 입을 피해는 엄청나다. 정정 및 사과방송을 한다고 씻어질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같은 사건이 반복되어 오면서 일본사람들의 편견과 차별이 심화돼 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물론 일본사람이 다 재일 한국인에 대해 이처럼 뒤틀어진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TV방송에서 이같은 망언을 의도적으로 할 정도라면 일본사람들의 의식속에 자리잡고 있는 인식에 깊은 회의를 갖게 된다. 이는 한일관계의 앞날 뿐 아니라 일본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이러한 망언은 재일 한국인에 대한 기본인식을 바꾸지 않는한 계속될 것이다. 이같은 불행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재일 한국인들이 일본에서 고난의 삶을 살게 된 배경 등 역사에 대한 일본국민들의 올바른 이해와 반성이 뒤따라야 하는데 일본국내에 우익바람이 거세지고 있어 앞날이 어둡기만 하다.
일본국민들은 편협함을 버리고 역사와 세계 앞에 겸허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자세로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없고 진정한 한일관계도 이룰 수 없다. 역사를 바로 보는 눈을 기르는 것이 「선진국 일본」의 과제다. 이번 망언사건은 그런 점에서 좋은 귀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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