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은 재정·금융 등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이끌어가는 기관차다.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경제체제를 세계적인 개방경제에 대비해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개조하고 개혁하는 것이 재경원의 최대현안 과제다. 경제뿐 아니라 나라와 민족자체의 장래가 여기에 걸려있다 하겠다. 문제는 재경원이 이 역사적 과제를 풀어갈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최근 일부 시중은행의 은행장 경질과 관련하여 재경원이 보이고 있는 생각과 행태는 그들이 이 막중한 과업을 맡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엄청난 회의를 갖게 한다. 소명의식은 커녕 부처이기주의에 몰입, 관료체제의 장점보다는 폐해만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한보사태 처리의 일환으로 재경원이 추진했거나 하기로 했던 외환, 서울, 한미, 수출입은행장과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등 5개 금융기관장에 대한 인사계획은 무슨 원칙과 기준아래 이뤄졌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특히 서울은행은 정부관련주식이 하나도 없는 순수 민간은행인데 은행장 경질문제를 법대로 은행장 추천위에 맡길 일이지 뭣때문에 관여, 반란을 자초했는가.
재경원은 은행인사에의 불간섭을 실천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노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한보사태라는 특별한 이유는 있었지만 이번의 노골적인 인사개입으로 재경원은 그동안의 은행인사자율권 보장노력이 허구임을 입증한 것이다. 재경원이 시대와 여권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관치금융의 발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또한 재경원이 은행 등 금융권 감독권을 올바르게 행사하고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재경원은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고 하지만 한보비리 예방이나 적발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 사후처리에서도 원칙없는 2중 처벌로 시급히 안정이 요구되는 금융질서를 다시 흔들고 있다. 은행감독원이 지난 3월 면죄부를 줬던 은행장에 대해 이제 와서 사임을 요구하는 것은 일관성의 결여를 나타내는 것이다. 같은 시기에 은행장에 승진한 전무에 대해서는 불문에 부치는 것도 형평의 문제가 남는 것이다.
한보라는 홍역을 치른 은행은 이제 안정이 필요하다. 불규칙한 응징은 안정에의 위협이다. 재경원은 사정당국의 꼭두각시가 되기 보다는 금융안정을 적극 옹호할 줄도 알아야 한다. 재경원은 환골탈태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