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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밭 개간’ 벌거벗은 민둥산(벼랑에 선 북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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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밭 개간’ 벌거벗은 민둥산(벼랑에 선 북한:4)

입력
1997.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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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산 황폐화→홍수→식량난 악순환/“반입쌀 거의 남서 온 것” 소문 꼬리물어본보 특별취재반은 5월말부터 이달초까지 열흘간 1,400㎞에 이르는 중국·북한 접경지역인 압록강 하단의 단둥(단동)에서 두만강 하류인 투먼(도문)까지 취재하는 동안 우리 국토의 절반이 벌거벗은 민둥산으로 변해가는게 아닌가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었다. 북한의 산들은 김일성이 74년 『노는 땅이 없도록 하라』는 교시를 내린 이후 황폐화의 길을 걸어왔다.

주민이 산을 마구 개간하는 바람에 보기 흉한 민둥산이 여기저기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95, 96년의 잇단 홍수때 극명하게 나타났다. 이때 발생한 엄청난 농경지 유실은 물론 엄청난 양의 집중호우 때문이었지만 이에못지않게 북한정권이 식량생산을 위해 장기간 장려해 온 「다락밭 정책」에 따라 수많은 산들이 황폐해진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북한당국이 식량난을 극복하기 위해 근본 해결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아직도 화전개간을 독려하고 있다는데 있다. 북한을 방문했던 한 재중동포는 『북한 곳곳에서는 지금 산을 밭으로 만들기 위해 불을 지르는 것이 유행이 돼 버렸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재중동포는 『올 3월 중국 접경지인 남양에서 발생한 큰 불도 밭을 개간하기 위해 주민들이 불을 질렀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한 재중동포 농민은 『북한주민이 계속 산불을 내 양식을 구하려 하지만 올 여름 비가 내리면 또다시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오히려 식량난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부족한 식량과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압록강변의 수십년생 나무를 대대적으로 남벌,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남양 회령 무산 혜산 등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목재가 하루에만도 30∼40대 트럭분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중동포들은 95, 96년의 수해로 농경지의 70%이상이 집중돼 있는 북한 서해안 지역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돼 버렸다고 말하고 있다.

이같은 구조적 악순환을 몰고 온 것은 물론 북한정권의 정책실패다. 그러나 북한정권은 이같은 문제점은 뒤로 한 채 식량난의 원인을 미국과 한국측에 전가하고 있다. 북한은 중앙방송 등 대중매체와 교육을 통해 식량난이 「한국의 북침에 대비해 군사비를 과다지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선전하고 있으며 대부분 주민들이 이를 믿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초 국경경비병에게 담배 20갑을 뇌물로 주고 두만강을 건너 옌지(연길)로 와 은거중인 탈북자 이모(35·여)씨의 증언은 이를 뒷받침한다. 이씨는 『미 제국주의가 오늘날 남조선 정부를 움직이고 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위협하고 있다』며 『자주국방을 위해서라면 인민이 다소간의 고통은 참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에 친척을 두고 있다는 한 재중동포는 『북한에서는 텔레비전의 채널 손잡이가 다 뽑혀있어 중국TV조차 시청할 수 없기 때문에 세상물정을 모르는 데다 강압통치로 인해 체제에 반항한다는 생각조차 떠올리지 못한다』면서 『북한에서 폭동이 일어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중동포들은 『최근들어 북한사회에는 반입되는 쌀 대부분이 아랫나라(한국)에서 온 것이라는 소문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은 인민봉기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앞으로 2, 3년만 지나면 북한주민 가운데 체제에 대한 의문을 품는 사람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 전문가는 『김정일정권도 이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단둥·옌지=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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