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한보사태 와중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취임한 고건 총리가 12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고총리의 100일은 외교 안보분야를 제외한 국정 전분야를 책임지고 통할하라는 김영삼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앞만 보고 숨차게 달려온 기간이었다.총리실 직원은 고총리 취임후 정신을 차릴 수 없이 바빴다. 대강의 정책 줄기만을 잡던 역대 총리와는 달리 고총리가 각 부처의 현안을 꼼꼼히 챙기기 때문이다. 정권말기라는 상황이 「점잖은 총리」를 허락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고총리의 스타일은 일요일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고총리는 취임직후부터 매주 일요일 장·차관과 부처 국장들을 총리공관 인근 테니스코트로 초청, 테니스를 함께 친다. 그후 인근식당에서 술을 곁들이면서 각부처의 고충과 의견을 듣는다.
「행정총리」로 불리는 고총리는 한마리 용이 치수를 담당하지 않고 용 아홉마리가 물을 다스리면 일을 미뤄 가뭄이 일어난다는 「구룡치수」발언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과열경선 조짐을 보이는 신한국당에서 예민한 반응이 나온 것은 당연했다. 야당쪽에서도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와 가깝고 차세대 호남주자라는 점을 감안해 주목하기도 했다. 그래서 대선관리의 임무를 맡게 될 고총리가 정치 무풍지대에만 남아 있을 것 같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이영섭 기자>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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