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엔 세살 정도된 어린이가 선반처럼 생긴 곳에 누워 문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생사조차 알 수 없는 부모가 설령 먹을 것을 가지고 돌아와도 이미 초점을 잃은 어린이의 눈이 움직이는 것을 보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하늘을 바라보던 그 어린이의 눈처럼 맑은 눈을 본 일이 없다」. ◆1847년 영국의 대장장이 여행가 엘리프 브리트가 쓴 「아일랜드의 스킵버린 방문기」의 일부다. 아일랜드는 1845년부터 10년동안 휩쓴 감자 동고병으로 1백만명이 굶어 죽고 2백만명이 이민을 떠났다. 케네디 대통령의 할아버지도 이 대열에 끼어 1848년 보스턴에 도착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는 지난 1일 1백50년전 영국정부가 아일랜드 감자기근을 외면한 사실에 대해 이는 명백한 잘못이었다고 사죄했다.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도 않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사항인데도 선선히 사죄를 하고 나선 그 모습에서 대영제국의 편린을 오늘에 다시 보는 것 같다. ◆일본에 임진왜란 당시의 만행을 사과하라면 어떠한 반응이 나올까. 왜군은 수많은 양민을 학살하고 그것도 부족해 도공 등 많은 사람을 연행해 갔다. 가까운 36년통치는 물론 위안부 문제조차 솔직히 사죄하지 않는 일본에 이를 기대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일 것이다. ◆일본과 미국은 자위대의 전시역할을 확대하는 미일협력방위지침을 마련했다. 한반도평화는 일본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역사적 사실조차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의 군사역할 증대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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