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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탈출 “파란불”/1불 110엔,100엔 800원대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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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탈출 “파란불”/1불 110엔,100엔 800원대 진입

입력
1997.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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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고·고비용 개선/조선·철강·자동차 수출 늘고/반도체도 증가세로 돌아서뜻밖에 찾아온 엔화강세(엔고)가 침체의 늪을 탈출하려는 한국경제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긴 불황의 터널을 거치면서 고질적인 고비용(고금리 고임금 고지가)구조가 조금씩이나마 진정되어가고 무엇보다 수출이 활력을 회복하는 상황에서 엔화강세가 가져온 환율안정은 번번이 실기만했던 우리 경제에 또한번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도쿄외환시장에서 미국달러화에 대한 엔화환율은 최근의 급락(가치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마침내 1백10엔대(1백10.70엔)로 주저앉았다. 4월말(1백27엔)에 비하면 17엔, 5월말(1백16엔)에 비하면 6엔에 가까운 「최단기간내 최대낙폭」을 보이고 있다.

국내 외환시장에서도 엔화는 초강세를 보이며 원화의 대엔화환율이 장중한때 1백엔당 8백원선을 돌파, 1년10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환전문가들은 『미일 무역마찰이 계속되는 한 엔화는 당분간 1백10엔대, 경우에 따라 그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엔고는 우리 경제의 원기회복에 밝은 빛을 던져주고 있다. 경제구조상 수출증진 외엔 별다른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우리로서는 주요수출품목의 가격경쟁력 및 시장회복에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의 경기불황이 95년이후 엔고의 엔저반전에 따른 「반사손실」에서 비롯된 것임을 감안하면 엔화강세에 대한 희망은 더욱 커진다.

사실 엔고 없이도 우리 경제는 이미 불황탈출의 청신호를 조금씩 발하고 있다. 금리는 연 11%대의 안정국면에 접어들었고 임금상승률도 모처럼 한자릿수대(1·4분기 9.9%)로 떨어졌다. 땅값 상승률(0.15%) 역시 작년의 절반수준에 머물고 있다. 고비용구조의 체질개혁으로 단언할 수는 없지만 개선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무기력증에 빠졌던 수출도 회복기미가 뚜렷하다. 조선은 2년간 일감이 꽉찬 상태에서 1∼4월중 1백39억달러어치(15% 증가)를 수주했다. 철강도 8.3%의 수출신장을 기록했고 자동차도 3월이후 평균 15%대의 수출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역시 1년여의 마이너스행진을 끝내고 지난달부터 수출이 증가세로 반전됐다. 스스로 회복국면에 들어간 경제에 예고없이 찾아온 엔고는 「천군만마」나 다름없는 것이다.

하지만 엔고는 기회일 뿐 성공 그 자체는 아니다. 과거 2∼3차례의 엔고를 맞았던 그 방식대로 이번 엔고에 대처한다면 불황탈출은 「반짝경기」에 머물고 말 것이란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김영대 한은이사는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은 구조조정』이라며 『구조개선 노력없이 엔고의 열매에만 취한다면 순환적 불황에선 벗어나더라도 구조적 불황은 결코 타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엔고로 불황을 탈출하더라도 체질을 바꾸면서 서서히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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