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 소매치기와 낚시달인의 이상향 모색/제도·틀 벗어나 인간정신의 자유로움 추구춘천에만 사는 물고기 한 마리가 있다. 이름은 무어이다. 평소에는 물 속을 헤엄쳐 다니지만 안개가 짙은 날은 안개 속을 헤엄쳐 다닌다. 춘천의 그 많은 꽉 막힌 댐을 자유자재로 넘어 날아다닌다…
이 물고기가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했다. 소설가 이외수(51)씨. 5년만에 장편소설 「황금비늘」(전 2권·동문선간)을 써 들고. 허리춤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와 더부룩한 콧수염, 외모는 여전하다. 「들개」 「칼」 「벽오금학도」 등 줄줄이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이자 갖가지 기행으로도 잘 알려진 그가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을까.
12살짜리 소매치기 김동명. 예감 육감 쾌감의 3감, 분배엄수 정의준수 의리사수의 사수를 소매치기의 덕목으로 배운 꼬마는 상류 유한층과 대형 백화점을 무대로 활동하다 경찰에 쫓겨 춘천으로 간다. 거기서 낚시의 달인 무간조선을 만나 인생을 낚고 훔치는 법을 배운다는 이야기다. 소설에 등장하는 무어를 쫓는 여인과, 무어의 「황금비늘」은 제도나 형식에 묶인 삶을 초탈하려 추구되는 인간정신의 자유로움을 상징한다.
이씨는 그답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펼치는데, 그 안에 동양적 선의 사상을 담으려 한 듯하다. 『나이 들어가며 인간의 구원 문제에 가장 가까운 우리 사상이 없나 찾다가 선을 발견했다. 학자들은 선을 도교적으로 풀이하지만 선은 사실은 풍류도다. 거기에는 우리만의 미의식이 있다』 92년에 출간돼 50여만부가 팔린 「벽오금학도」에서도 이런 의도는 나타난 바 있지만 「세상은 썩어 있고, 나는 그것을 떠나 이상향으로 탈출한다」는 그의 주제는 늘 독자의 관심을 자극한다.
20년 경력의 조사인 이씨는 이 작품을 끝내고 최근에는 춘천댐 등으로 밤낚시를 다닌다, 무어를 낚으려는 것인지. 그의 기벽은 여전하다. 집 인근에 감옥문 같은 입구를 만들어 「격외선실」이라 이름 붙인 작업실을 마련하고 밤 8시부터 다음날 아침 8∼10시까지 글을 쓴다. 식사는 1.5끼 정도. 이래도 지탱한다. 「황금비늘」을 쓰면서 컴퓨터를 익힌 그는 이제는 PC통신 채팅 방을 단골로 드나들 정도로 능숙해졌다.
특히 이번 소설에는 맹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이씨 자신 심하지는 않지만 한쪽 눈에 비문증이라는, 사물이 먹물에 찍힌 듯 보이는 병을 앓고 있다. 출판사는 「황금비늘」을 국내 최초의 점자소설로도 낼 계획이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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