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아 극심 청진∼원산 ‘죽음의 띠’(벼랑에 선 북한:3)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아 극심 청진∼원산 ‘죽음의 띠’(벼랑에 선 북한:3)

입력
1997.06.11 00:00
0 0

◎“양식 마련” 도시탈출 농촌행 늘어/평양·나진선봉지역은 상대적 여유북한의 식량난은 지역별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본보 특별취재반이 북한을 오가는 재중동포와 중국기업인 등과 함께 북한에 상주하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원조기구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본 결과 함경북도, 함경남도, 강원도 북부 해안지역은 최악의 식량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지역의 식량난은 워낙 심각해 함북 청진에서 강원 원산에 이르는 해변지역은 「죽음의 띠」라고 불릴 정도다.

함북에서 최악의 식량난을 겪고 있는 지역으로는 청진 은덕 무산 새별 온성 회령 연사 길주 경성이다. 함남은 함흥 단천 흥남 등이다. 또 강원에서는 원산 고성 안변 평강 등이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 하지만 강원은 이보다 훨씬 광범위한 지역에서 식량난이 심각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인과 재중동포 등은 최근 관광차 금강산으로 가는 길에 시체 몇구가 길가에 방치돼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양강도는 대흥단과 혜산 삼지연 등이, 자강도에서는 회천 강계 만포, 평북은 정주, 평남은 개천지역의 식량난이 심각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식량난이 덜한 곳으로 알려진 중국 접경지역도 함북과 양강도의 접경지는 무척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 접경지인 함북 무산 주민은 중국인들에게 『파종하기 위해 필요하니 종자를 보내달라』고 구걸할 정도다. 또다른 접경지인 회령도 식량난이 어려운 곳이다. 재중동포 황모(34)씨는 『회령의 한 탁아소에 100여명의 어린이들이 굶주리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쌀을 보냈는데 소식이 없어 1주일 뒤에 그곳을 가보니까 아무도 없었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어린이들이 모두 굶어 죽어서 매장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황해남·북도는 외국에 홍수와 식량난이 보도돼 국제원조기구들이 이 지역을 집중적으로 원조하고 있어 비교적 나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북한 농촌은 봄철에 나는 풀 등으로 죽을 쑤어 먹기도 해 도시보다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라고 국제원조기구 관계자들은 밝혔다. 6월초 북한을 방문했던 한 재중동포(42)는 『북한의 도시 주민이 농촌주민보다 식량 구하기가 어려워 양식을 마련하기 위해 농촌이나 중국 접경지로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식량난이 점점 심각해짐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당에 반발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재중동포 임모(46)씨는 배고픔을 참지 못한 함남 일부지역 주민 200여명이 4월 중순 노동당 도당간부의 자동차를 가로 막고 식량난의 대책을 세워 달라고 「시위」를 벌인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임씨는 당시 당 간부가 자동차에서 내려 『인민들의 배고픈 사정을 내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길을 열어 줘야지 중앙당에 가서 이를 알릴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해 위기를 모면했다고 전했다.

도시지역이 물론 모두 어려운 상태에 있는 것은 아니다. 당에 충성하는 사람들이 몰려 있는 평양특별시의 경우가 식량난이 덜한 대표적인 지역이다. 또 중국 접경의 신의주와 경제 무역자유지대인 나진·선봉도 식량난이 덜한 곳이다. 나진·선봉에는 지금도 하루 200g의 양곡이 배급되고 있다고 이 지역을 방문했던 중국기업인이 전했다.

북한 당국은 식량과 함께 화학비료의 원조도 요청하고 있다고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재중동포들은 말했다. 이들은 북한 당간부들이 『화학 비료 1톤이면 강냉이(옥수수)를 8∼10배 증산할 수 있으니 비료를 좀 보내달라』고 간청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최근 농민들이 수확량의 30%를 개인이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농업개혁을 부분적으로 시행했지만 식량자급은 요원하다는게 북한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단둥·옌지=특별취재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