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 후예 관료들과 기업의 ‘정당한 유착’/‘개발독재’와 다른 성격규정 상당한 논란 예상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한국경제를 「유교자본주의」로 규정한 논문이 나왔다.
연세대 사회학과 유석춘(42) 교수는 이번에 창간된 계간 「전통과 현대」 여름호에 발표한 「유교자본주의의 가능성과 한계」에서 한국 대만 싱가포르 및 최근의 중국, 베트남 등 동아시아 자본주의에서는 『유교적 사회질서의 핵심집단(학자관료)의 후예인 국가관료가 「사회 통합과 질서 유지」라는 사명을 그대로 떠맡았고 국가의 필요와 계획에 따라 민간부문을 「혈연·지연·학연」이라는 유교적 연고주의로 동원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이렇게 이어진다. 『한국의 박정희, 대만의 장제스(장개석), 싱가포르의 리관유(이광요)는 유교자본주의의 역동성을 너무나 실감나게 보여준 지도자들이었다. 이들 국가에서는 능력있는 관료의 치밀한 계획과 집행을 통해 경제적 목표가 신속정확하게 성취됐다. 국가정책에 재빨리 편승한 기업가들은 특혜로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었고, 그에 어긋나는 선택을 한 기업가는 가차없이 배제됐다. 특혜금융과 세무사찰은 이를 위한 양날의 칼이었다. 박정희의 체계적인 유교자본주의가 20년 가까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가졌고 생산적·효율적이어서 국가가 「정당한 (정경)유착」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상당한 정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엄격한 기준」이란 국가가 특혜를 주되 『해외시장에서의 수출경쟁력과 국내시장에서 최소한의 경쟁력』을 조건으로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때문에) 국민들 사이에 포항제철에 대한 국가의 특혜는 「정당」한 것이었고, 한보철강 특혜는 「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유 교수가 박 대통령 시대에 대한 찬미나 향수에 젖어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유교자본주의」라는 용어 자체가 가능한가, 어느 정도 설명력이 있는 개념인가에서부터 흔히 「개발독재」로 일컬어지는 시대에 대한 성격규정을 사뭇 달리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전통과 현대」(8,000원)는 연세대 정외과 함재봉(39) 교수가 편집주간을 맡아 서울대 규장각 김문식(35) 학예연구사, 고려대 정외과 김병국(38) 교수 등 젊은 학자들을 중심으로 창간됐다. 취지는 『그동안 한국사회를 설명하는 데 실패한 서구이론을 극복하고 전통과 현대의 균형잡힌 시각으로 좌표 잃은 우리 사상계에 이정표를 세우겠다』는 것. 창간호는 「유교와 21세기 한국」을 특집으로 실었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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